한국과 소련 접근 가능성 높다|「더글러스·잭슨」 (미 「워싱턴」대 소련-동구 문제 연구 부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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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독일과 한반도는 다같이 2차 대전의 양대 전승국간에 등장한 이념적 대결 상태의 주변에서 생겨난 분단국이라는 점에서 공통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서독의 경우 구공시 안에서의 경제적 지위 덕분으로 그 지역에서 어느 정도 독자적 발언권을 갖게된 반면 한국은 미·소·일·중공 등 상층 하는 강대국 사이에 끼인 나라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분단의 성격을 달리한다.
따라서 한국이 분단의 현실에 대처해 나가는데는 행동의 신축성이 생명이다.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최근 한국 정부의 태도 표명은 그런 뜻에서 현명한 조치였다.
10일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된 제6차 국제 학술 회의에 참석한 미 「워싱턴」 대학 소련-동구 문제 연구소 부소장 「더글러스·잭슨」 교수는 10일 본사와의 회견에서 이상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잭슨」 교수는 북한이 중공과 소련이라는 분열된 공산 세력의 영향력 아래서 일종의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그러한 제약 없이 공산 세력을 포함한 세계 각국과 경제 관계를 필두로 한 유대를 맺을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련의 경우 중공보다도 한국이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보고 있다.
「잭슨」 교수에 따르면 최근에 떠돌았던 소련과 대만간의 제휴설이 암시하듯 중·소 분쟁이 이념을 넘어서서 국가이익의 차원에까지 발전한 지금 한국은 소련과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소련은 주한 미군의 철수뿐 아니라 북한의 대 중공 유대 강화 추세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자신의 국가 이익에 유익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이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한국이 외교상의 신축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한국 안에 소련문제 전문기관을 설립, 정책 입안에 자문하드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잭슨」 교수는 역설한다.
54년부터 네번이나 소련을 방문한 바 있다는 「잭슨」 교수는 이러한 기관이 설치될 경우 「워싱턴」 대학에 있는 자료들을 제공해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 전망에 관해 그는 그것이 한반도 내 『한 민족에 두개의 주권 국가』라는 효과를 나타내게 되겠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을 세계 여론의 대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공과 소련이 이미 문호를 개방한 이상 북한의 개방도 필연적인데 북한의 「유엔」 가입은 바로 그 계기를 마련해 추리라는 것이다. 그 결과 남북한은 「유엔」이라는 또 하나의 대화의 광장을 얻게될 뿐 아니라 북한을 외부로 끌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될 것이라고 「잭슨」 교수는 말했다. <장두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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