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화 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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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월29일 서독「마르크」화의 5·5% 절상에도 불구하고 3월부터 간헐적으로 구주 통화 시장을 교란해온 구주 통화 파동은 「달러」와 「파운드」화를 끝없이 하락시켜 가면서 이제 거의 「패닉」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이번 통화 파동의 계기는 표면상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한 「닉슨」행정부의 권위 추락에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72년 말부터 계속되어온 국제 원자재 값 상승과 이로 인한 「인플레」의 앙진이 작용된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3월 통화 위기를 맞았을 때 일본「엥」화, 영국 「파운드」화, 「스위스」「프랑」화는 변동 환율제로 이행하고 EC (구주 공동체)의 서독·「프랑스」·화란·백이의·「룩셈부르크」·「덴마크」 등은 공동 변동 환율제를 채택함으로써 일단 위기를 수습한바 있었다.
그러나 세계가 모두 변동 환율제로 들어서면서 각국 정부는 환율 조절 기능을 신뢰, 국제수지 적자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으며 국제 수지를 흑자로 전환시키기 위해 자국민이 원치 않는 긴축 정책을 채택하는데 주저하여 결국 「인플레」 대책이 약화되었다.
이 결과 「인플레」는 수습되지 앉고 주요 각국에 일제히 환율 변동이 일어나 금이나 비철금속의 값을 밀어 올리고 통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강한 「마르크」화 가격을 올려놓았던 것이다.
여기에 8백억 「달러」에 달하는, 반항아 격인 「유로·달러」가 좀 더 좋은 투기선, 또는「인플레·헤지」선을 찾아 다국적 기업 등의 손을 거쳐 강세 통화에 달려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공동 변동 환율제는 각국의 경제 성장 속도·국제 경쟁력·기술 수준에 격차가 있는 가운데 시행되는 무리가 처음부터 개재되어 있었다.
8일 국제 결제 은행 협회 (BIS)는 미국의 구주 외환 시장 개입 등을 결정하고 폐막되었으나 9일에도 세계 도처에서 「달러」화는 최저 시세로 폭락하고 금값은 사상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통화 파동은 「페이퍼·머니」인 「달러」화를 더 이상 기축 통화로 사용치 못하게 하는 궁지에까지 몰아넣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렇다고 「달러」화에 대신하는 새로운 결제 통화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현 단계로서는 혼미를 거듭하는 불안정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구주 각국은 근본적인 국제 통화 제도 개혁에 앞서 당면 대책으로 「마르크」재 절상, 공동 변동 환율제의 잠정적 정지, 「달러」 및 「파운드」절하, 구주 통화 변동폭 확대, 금 가격의 현실화, 각국의 보유 금 매각 등 여러 가지 방도를 모색하고있다.
또한 「달러」화권과는 절연된 독자적인 구주 금본위제를 구상, 새로운 통화권을 이루려는 구상도 있다.
물론 이들 대책은 시행되기에 앞서 구주 외환 시장이 폐쇄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어떠한 방안이 실천에 옮겨지던 원천적으로 현행 국제 통화 체제가 갖고 있는 유동성 「딜레머」가 해소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데 있으며 따라서 오는 9월 「나이로비」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 (IMF) 총회의 결정 사항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통화 위기, 국제 자원 전쟁 등 세계의 경제적 여건은 정신 차릴 수 없도록 급변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외부 경제 통화를 예의 주시하여 민감하게 대응해 나가야만 국제 경쟁에서 낙오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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