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낡은 세력 민주당 수권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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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26일 광주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효석 공동위원장, 안 의원, 윤장현·박호군 공동위원장. [뉴시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광주에서 ‘수권(受權)정당론’을 띄웠다. 민주당을 구체제로 규정하며, 수권능력의 결핍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민주당과의 정면승부를 시작한 양상이다.

 안 의원은 26일 광주 상무지구 치평동 NGO센터에서 열린 새정치추진위원회 설명회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뛰어넘어 한국정치 전체를 바꾸겠다”며 “호남이 함께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호남인들의 지지를 변화와 개혁, 수권으로 보답하지 못하고 깊은 타성에 빠져 있다. 기존 낡은 체제로는 수권을 못한다는 것이 지난 두 번의 총선과 대선에서 분명하게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야권분열론’에 대해선 ‘기득권론’으로 반박했다. 안 의원은 “국민이 바라는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야권 분열로 이야기하거나 함께하시는 분들을 폄하하는 것은 기득권적 시각의 발로”라며 “민심과 동떨어진 채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는 구체제·구사고·구행태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또 “저희가 추진위원회를 만든 것 자체가 정당을 만들겠다는 선언이고, 내년 지방선거와 7월 보궐선거 등 여러 가지 정치 일정에 최선을 다해 책임감 있게 참여하겠다”며 “제대로 된 좋은 결과로 국민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과의) 부분적 야권연대 말씀을 하는데, (나는) 더 크게 본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오히려 저희들은 (야권을) 확장하고 재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 행사엔 안철수신당의 광주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장하성 소장, 새정추위 윤장현 공동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기자들과의 오찬 때는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의 단일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분들은 (나의 대선후보 사퇴를 양보가 아니라 포기라고) 폄하한다. 그러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87년에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끝까지 갔었다. 만약 그때 어느 한 분이 양보를 했다면 그건 결단인가 포기인가. 결단일 수밖에 없다. (나도) 그 당시 포기가 아니라 결단을 했다.”

 같은 날 민주당은 광주에서 추미애 의원이 ‘북 콘서트’를 열었 다. 추 의원은 “야권이 분열의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가선 안 된다”며 “박근혜 정부의 독주·독선에 대한 견제를 해야 하는데 양 정치세력이 ‘못난이 경쟁’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성명을 내고 “민주당을 낡은 체제와 세력으로 폄훼한 안 의원의 광주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며 “지난 60여년 동안 오직 한 길을 걸어온 민주당에 대한 모독이자 분열을 조장하는 구시대적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낡은 세력이라 폄훼하는 민주당에서 그동안 혜택을 누려오다 손익에 따라 한순간에 변절한 인사들을 모아놓고 과연 새 정치를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견제구는 새누리당에서도 나왔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가 광주에서 신당 설명회를 갖는 것은 결국 민주당의 대체세력임을 자임하는 것”이라며 “안 의원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실행위원 10명 중 3명이 전·현직 민주당 출신이라니 초록은 동색이 아닐까 우려된다. 결국 도로 민주당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광주=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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