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가 어때서요? 동안보단 동심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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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JTBC 주철환(58·사진) 대PD가 살면서 정리해 둔 문장들을 모아 『오블라디 오블라다』란 제목의 단상집으로 펴냈다. ‘오블라디 오블라다’는 자메이카 말로, “뭐 어때” “다 괜찮아~”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비틀스의 ‘화이트 앨범’(1968)에 수록된 곡 이름이기도 한 이 말은 주 PD의 인생 철학이기도 하다.

 “감사, 감사의 홍수다. 나는 지금을 내 인생의 추수감사절로 선포한다. 그동안 꽤 뿌렸으니 이제 하나씩 거두어야겠다. 그 반대로 내 밭에 호의로 씨앗을 뿌려준 이들에게 수확의 절반 정도는 잘 포장해서 돌려주어야겠다.”

 주 PD는 머리말에서 책 출간의 변(辯)을 이렇게 밝힌다. 그가 오랫동안 갈고닦아온 감사한 마음, 행복한 마음의 비법을 독자들에게 잘 포장해 공개하겠다는 거다. 늘 피터팬 같은 동심 속에 살고 있는 듯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녹록지 않았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헤어져 문맹자 고모 아래서 자랐다. 그가 겪은 상처는 세월 속에 숙성돼 삶의 지혜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물로 책 속엔 “세상은 불공평해도 세월은 공평하다” “고난이 크다면 그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갖춘 것이다” 와 같은 오랜 성찰 끝에 만들어진, 단단한 문장들이 꽉 들어차 있다.

 늘 ‘참 젊은이’로 살고 싶다는 저자는 자신의 동안 비결도 공개한다. 외형의 늙음을 막을 수 없으니, 젊음이 도망가지 못하게 마음의 철사줄로 꽁꽁 묶어놨다는 거다. 주 PD는 “귀여움의 요체는 동안이 아니라 동심이다. 동안은 영원할 수 없지만 동심은 무덤까지 가져갈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이 나이에 무슨’이 아니라 ‘이 나이가 어때서’라고 반발하며, 관성보다 탄성으로 살라”고 권한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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