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 전당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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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은 7일 정기 전당 대회를 열어 개정 당헌에 따른 임기 2년의 당총재에 유진산 대표위원을 표결 없이 기립 찬성 표시로 선출했다. 개정 당헌은 당총재 밑에 5명 이내의 부총재를 두어 전당대회를 2년에 한번씩 열도록 규정하였다. 그런데 전당대회는 총재가 부총재를 지명키로 했다. 30명 이내로 정해진 정무 위원 지명도 모두 총재에 위임하여 놓았으므로 신민당은 강력한 단일지도 체제들 갖추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 야당은 분파적 대립을 극복할 수 없어 파벌간의 세력 균형을 전제로 하는 집단지도 체제를 가지고 운영해 왔었다. 이번 신민당 전당대회가 이 미봉적인 운영체제를 과감히 탈피하고, 강력한 단일 지도 체제를 채택하게 된 것은 객관적 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인 동시에, 종전처럼 집단지도 제의 이름 밑에 분파 투쟁만 지속하다가는 국민으로부터 완전히 버림을 받게 될는지 모른다는 반생의 기운이 강하게 나돌았기 때문 인줄로 안다.
우리 나라 정당정치는 유신 헌법 채택 이후 그 성격을 근본적으로 달리하게 되었는데 새 정치 상황에 대비키 위해 신민당이 단일지도 체제를 마련해 가지고 활로를 찾고 자 하는 것은 시기에 알맞은 조치라 하겠다.
신민당 전당대회는 국민의 직접선거로 정권의 교체를 실현하고 국민 자치 능력의 향상을 위해 지방 자치제를 실시한다는 등 개혁 추진의 뜻을 담은 기본 정책과 국회 기능의 강화, 국민의 기본권 보장, 행정 개혁, 사법권의 독립 보장과 민주화, 부정·부패 근절 등을 주장하는 당이 정책 및 강령을 채택했다.
이 기본 정책이나 상면 정책은 현재 신민당이 갖고 있는 역량으로 보아 입법 상 구현이 불가능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아니한 것도 있다. 원내 정당의 정강·정책이란 이상적인 당위성을 다분히 띠고 있는 것이니, 당장에 실현 불가능한 것을 내 새웠다 하여 못마땅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당의 정책이 정책인 소 이는 현실과 이상을 적절 균형 하게 조화시켜 의회정치를 통해 권력적 집착에 옮기는 것을 착실히 촉구할 수 있다는데 있다.
우리는 신민당의 정강·정책이 오늘의 정치적 현실에 비추어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최선을 목표로 하는 정치는 좌절하면 그 정반대로 최악의 상태를 결과하기 쉽다. 그러나「보다 나은 것」을 추구하는 정치는 실패하는 경우에도「보다 나쁜 것」밖에 결과하지 않는다.
이번 신민당 전당대회가 순조롭게 진행된 데 대해 공화당이나 유신 회가 격려를 보내고 축하의 뜻을 표시한 것은 좋은 일이다. 여-야당 대립의 의미가 구체제하의 그것에 비해 크게 달라졌고, 또 상기 3당이 모두 보수정당으로서 국권 수호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점등을 고려에 넣는다면 이들 정당간의 대립은 항상 선의의 충고와 선의의 경쟁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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