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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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년, 3년, 5년.
주한 미군의 주둔 연한이다. 아직 어느 것 하나 확정적인 것은 없다. 모두 근간에 외신이 전하는「설」 들이다.
이중에 가장 최신판은 5년 설. 지난 2일자 「워싱턴」 발 외신은 미 국무 차관 「러쉬」가 상원 외교 위에서 5년 설을 증언했다고 전한다.
익명 아닌 고유인, 그것도 국무성 고위 관리의 발언이란 점에서 주목을 끈다. 그러나 이것도 아직 「확정」은 아니다. 『…일방적인 조치는 부작용을 빚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꼬리가 붙어 있다. 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닉슨」 정권 아래서 주한 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을 공식으로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69년6월의 일이다. 당시 「레어드」 국방 장관은 하원 세출 위에서 『그런 구상이 진행 중이다』고 밝혔었다. 그해 8월 미 국방성은 이미 1만명의 병력을 감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외신은 그 후 심심지 않게 『2년 내』, 『3년 내』 등을 타전했다.
그 근거는 이른바 「한국군 현대화」에 있다. 71년의 한·미 국방 합의 각서에는 75년까지 한국군의 현대화를 이룩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75년 이후는 한국만의 자주 국방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말은 미군의 주둔이 없어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의 『5년 설』은 75년도의 정설을 흔들고 있다. 78년까지는 미군이 그 규모는 고하간에 주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주한 미군은 「아시아」의 긴장 완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역시 일본도 그런 생각에는 마찬가지이다. 우리에게도 물론 절실한 이유가 있다. 「힘」이 뒷받침되는 『남북 대화』라는 명분이 그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비롯해 그 주변의 동정 세력들은 반대의 입장에 있다. 미군의 철수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년 보다, 아니 3년 보다 더 긴 5년 내 철수 설은 찬물을 끼얹는다.
한편 「닉슨」 미 대통령은 지난 3일 발표된 연례 외교 교서에서 『남북 화해는 쉽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환상과 기대 사이를 오가던 사람들에게 이런 견해는 환멸을 불러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서독 수상 「빌리·브란트」의 발언은 귀담아 들을만 하다. 근착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브란트」 수상은 『…상식적인 판단으로 통독 문제는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겠다』고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독일은 우리의 경우와는 달리, 동족상잔의 악몽도, 저주의 감정도 없다. 실질적으로 동·서독은 이미 긴장 완화의 훈풍 속에서 교류를 해 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란트」는 『독일의 근본적인 변화』를 다음 세대에게나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정치의 환경으로 보아 똑같은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무의미 하지만, 그래도 「브란트」의 「리얼」한 발언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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