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만취 상태에서 장성택 세력 처형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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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장성택 세력의 처형을 결심한 것은 “당 행정부의 이권사업을 군으로 넘기라”는 자신의 지시를 즉각 실행하지 않은 데 격분해 만취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신문은 서울발 기사에서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노동당 행정부의 이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에게 지시했으나 이들이 ‘장성택 부장에게 보고하겠다’며 즉답을 하지 않자 격노했다”며 “이에 두 사람의 총살형이 11월 말에 이뤄졌고, 장성택 세력에 대한 일련의 숙청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또 요미우리는 “이에 깜짝 놀란 (이씨와 장씨의) 주변 인물이 해외의 지인에게 전화로 처형 소식을 전했고, 한국 정부가 이를 감청했다”며 “한국 정부는 관련 인물들에 대한 진술 등을 통해 장성택의 숙청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최종적으로 사형에 처해진 장성택 세력은 최소한 8명이었다고 한다.

 신문은 “김정은은 간부들의 충성심을 잡아두기 위해 무기·마약·위조지폐 발행 등으로 비축한 약 40억 달러(약 4조2400억원)를 스위스의 은행 등에 예금한 뒤 간부들에게 나눠줄 고급시계, 양주, 자동차의 구입자금으로 써 왔다”며 “그 자금을 장성택과 그 측근이 관리해 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 절반가량이 이미 장성택 세력에 의해 사용돼 (장성택 처형 전에) 김정은이 잔금을 회수할 수 있었는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의 보도는 장성택 처형의 배경에 ‘돈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요미우리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김정은에 의한) 충동적이고 현실을 무시한 지시가 많아 구심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전하면서 “김정은은 자신이 유학했던 스위스를 흉내내기 위해 주민들의 귀중한 식량 공급지인 자택 정원의 밭에 잔디를 깔도록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이제부터는 자가용차의 시대’라며 평양에 신설하는 아파트에 주차장을 병설해 만들도록 지시하는 등 간부들을 어처구니없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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