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패 뿌리를 뽑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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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국 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잡기 위해 중국 당국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를 계기로 각종 사법.감찰제도의 철저한 개혁을 비롯해 관료형 부패를 막기 위한 각종 개선책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부패가 이제는 일과성 '타격형' 대책으로는 막을 수 없으며 보다 근원적인 틀을 만들어 미연에 가능성을 봉쇄해야 한다는 절박한 판단 때문이다.

부패 방지책 마련=지난해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한 뒤 기율검사위원회를 맡아 반(反)부패를 총지휘하고 있는 우관정(吳官正)위원장은 11일 전인대 회의석상에서 "반 부패는 이제 제도 건설을 통해 해결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기관에 대한 감독제도 개혁 ▶정부 일부 권한에 대한 제약 ▶간부 인사제도 개혁 ▶사법부문의 공정한 법 집행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최고인민법원 샤오양(蕭揚)원장도 이날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자질이 낮은 법관들이 뇌물을 받고 사법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례가 많았다"며 "재판권을 악용해 사법질서를 어지럽히는 법관들을 철저히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蕭원장은 이어 재판방식과 소송제도를 개선하고 법관 관리제도를 고쳐 나가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주빈(韓濱)최고인민검찰원장도 이날 보고를 통해 "올해 지도급 간부의 직무 관련 범죄를 집중 수사하고 법률적인 감독을 강화해 공정한 사법절차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패 실태='권력과 돈의 교역(權錢交易)' '검은 돈의 정치(黑金政治)' 등은 중국의 관료 부패를 함축적으로 상징하는 유행어다. 자질 낮은 법관들의 양심 팔아먹기를 비꼬는 말로는 '원고한테 받고 피고한테도 받는다(喫原告喫被告)'가 있다. 술집 접대부가 손님과의 연줄로 법관이 된 '무녀법관(舞女法官)'의 사례도 사람들의 입에 즐겨 오르는 말이다.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의 업무보고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뇌물을 받거나 공금 1백만위안(약 1억5천만원) 이상을 유용해 적발된 사건은 모두 5천5백41건으로 지방의 현(縣)급 이상 간부는 1만2천8백30명이다.

또 지난 5년 동안 모두 9만9천3백여건의 뇌물수수로 인한 공직자 심리가 열려 이 가운데 2천6백62명의 현급 이상 간부 공직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전기(前期) 5년 대비 65%가 늘어난 수치라고 샤오양 최고인민법원장은 설명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사진 설명 전문>

베이징 로이터 건물 폭탄협박범 소동
12일 오전 폭탄으로 무장했다고 주장하는 한 30대 괴한이 베이징의 로이터통신 건물에 침입해 인질을 잡고 경찰과 대치한 사건과 관련, 공안당국의 대변인이 취재진들에 사건 개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오후 체포된 범인은 "중국의 부패상황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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