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2천년전과 동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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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막을 올린 한국미술 2천년전은 새봄을 장식하는 성대한 문화행사로 그 의의가 높이 평가된다.
무엇보다도 특수 수장가 아닌 일반사람에게 처음으로 한국미술사의 흐름을 실물에 접하면서 개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데에 그 획기적인 뜻이 있다.
지금까지 한국미술사의 많은 걸작품들은 개인적인 수집가 손에 사장되어 있었거나 몇몇 박물관의 창고 속에 사장되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 미술품은 있어도 미술사는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개개의 미술품이 한국미술사의 통사적인 문맥 속에서 정위되고 체계적으로 감상될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동안에도 몇몇 선구적인 석학들에 의한 한국미술사의 집필과 그 상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건 그것들 나름으로 정당하게 평가되어서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미술의 역사는 다른 분야의 역사와는 달리, 그 이해를 위해선 글의 기술만으로써는 다할 수 없다. 작품 실물의 감상·참고가 바로 그것이다. 바꿔 말하면 미술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읽을 수 있는 미술사』와 함께 『볼 수 있는 미술사』, 『감상할 수 있는 미술사』가 같이 갖춰져 있지 아니하면 안 된다.
읽을 수 있는 미술사의 집필은 한 사람의 학자의 서재에서 능히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볼 수 있는 미술사』, 『감상할 수 있는 미술사』의 작성은 개인의 힘만으로써는 할 수 있는 일이 못된다. 그것은 오직 국가기관과 같은 공공의 힘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번에 그 일을 맡아 한 것이다.
하나의 미술작품은 그것이 적어도 한 나라의 미술사에 기록될만한 비중을 가진 일품이라 할진대, 그 현재의 소유주가 누가 되었건 결국 민족공유의 문화재산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민족을 민족이게끔 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문화유산을 공유하고 있다는 데에 그 정신적인 연줄이 있음은 이미 많은 사람이 논진한 그대로이다.
그렇다면 그 같은 미술작품은 오늘의 소장가가 누구이건 간에 때에 따라 적당한 장소를 얻어 일반에게 공개되어야 마땅하다. 국립미술관이란 바로 이 같은 일을 하게 하는데 더할 나위 없는 장소라 할 것이다.
우리가 신축낙성된 국립박물관의 개관에 즈음해서 『민중의 학교』로서의 박물관이 스스로의 「프로그램」을 가진 『움직이는 박물관』이 되어 달라고 부탁한 것도 그러한 취지에서였다.
한편 서울 창덕궁에서 지난 14일부터 개최되고 있는 동경전도 같은 뜻에서 그 의의를 높이 평가한다.
모처럼의 이러한 성대한 미술전이 되도록 많은 관객의 눈을 얻고 내외국인에게 고귀한 한국미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기회가 되어지길 축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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