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월드컵 첫진출 시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떡 벌어진 어깨와 굵은 목. 신촌의 뒷골목을 떼지어 걷는 이들의 뒷모습은 영락없는 '조폭'이다. '낮 손님'이 더 많다는 좁은 여관에서 자고, 한끼 5천원짜리 식사로 끼니를 때운다. 트레이닝복은 소속팀에서 입던 것을 그대로 걸치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불평이 없다. 대한민국의 럭비대표선수이기 때문에.

이들은 15일 성남에서 벌어지는 통가와의 월드컵 예선전에 대비해 훈련 중이다.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지는 아시아.대양주 패자전 첫 판이다. 벌겋게 속살을 드러낸 연세대 맨땅 구장에서 선수들은 무릎과 허벅지에 줄줄 흘러내리는 핏방울에도 아랑곳없이 몸을 던진다. 볼과 경기에 대한 집념이 무서울 정도다.

대표팀은 지난 9일에 모였다. 훈련 기간은 불과 일주일. 호주.뉴질랜드.사모아 같은 강호 틈에 끼여 패자전으로 밀린 통가지만 한국보다는 강하다. 포워드진의 평균 체중이 한국의 1.5배 정도이므로 힘으로는 당할 재간이 없다.

송노일(44.한전)감독은 "2006년 월드컵에 대비해 아시안게임 우승 멤버를 퇴진시키고, 대학.상무선수 위주로 세대교체한 후 처음으로 치르는 경기다. 전력차가 크지만 겁없는 플레이로 깜짝 놀랄 만한 결과를 만들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대표팀은 백스(10번대 배번을 달고 날개 모양으로 포진한 선수들)가 강한 전통을 잇고 있다. 이번에도 포워드 라인에서 힘겨루기를 하는 대신 재빠른 공격방향 전환으로 허점을 찾아 공략할 작정이다. 수비만 이뤄지면 스코어를 대등하게 꾸려갈 수 있을 것 같다. 통가 원정경기는 21일, 월드컵은 10월 중 호주에서 열린다. 한국은 아직 한번도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다.

허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