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탁구 선수들이 튼 세계정상에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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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찍이 제1차 세계대전의 암운을 몰고 온 첫 총성이 울린 숙명의 땀이 바로「사라예보」 이다. 여기에서 이제 전쟁 아닌 평화 속의 민족의 경기가 벌어지고 거기서 한국여자 탁구가 세계를 제패한 첩보가 울려 펴진 것이다.
「사라예보」의 하늘을 울린 이 첩보는 「사라예보」 의 총성에 못 지 않는 위격과 감동을 불러 일으키면서 10일 새벽 고요한 아침의 나라 사람들의 선잠을 깨게 했다. 40억의 동시대인 가운데서 이에리사·정현숙·박미나 세 한국선수가 드디어 세계정상의 한 봉우리를 성공적으로 우승한 그 비문을 지켜보기 의해서 사람들은 측면을 물리치고 「라디오」 앞에 귀를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이다.「사라예보」승리는 한국 「스포츠」의 역사에 자랑스런 이정표를 세워놓았다.박 대통령도 한국체육사의 금자탑이라고 격찬 했듯이 그것은 우리나라 체육사상 구기종목에서의 최초의 세계제패이자 국체경기에 있어서도 최초의 세계 제패이다.
그것은 동시에 지난 50년대·60연대에 있어 세계여자탁구를 양분해온『중공의 시대』 와 『일본의 시대』 의 막을 내리게 하고,새로이『한국의 시대』의 서막을 걷어 올려놓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극간 3개국 가운데서 가장 작은 한국이 7억 인구의 중공과 1억 인구의 일본을 눌러 세계탁구의 최강자로 등장한 것이다.
지난날의 역사적 과거에 있어서나 오늘날의 세력정치의 현상에 있어서나 언제나 압도적으로 강대한 이웃 틈에 끼어서 스스로의 존립을 지켜야 했던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대하여 끊임없이 구기주장을 해야 하는 숙명을 걸머져 왔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민족과 문화는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과는·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스스로 밝혀야 할 지정학적 위치에 있고, 그것이 결코 용역하지 않은 현실과 침국 해야 되는 것이 우리들의 봉명인 것이다.
이번 「사라예보」의 승리는 비록「스포츠」계에서의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바로 그 같은 한국의「존재증명」을 명쾌한 설득력을 가지고 세계 앞에 과시한 셈이다.그것을 3명의 여자탁구 선수들에게 힘입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그들에게 민족적인 사의를 도하는 것이다.
물론 한국이 스스로의 존재를 밝혀야 하는 무대는 단순한 「스포츠」분야에서만도 아니요,모 극동의 좁은 지역에만 국한된 컷도 아니다. 갈수록 낢어지고,깊어지는 우리민족의 국제진출은 세계 도처에서 한국이 무엇이며 한국인이 누구냐 하는 질문을 받고 있다.
중언하거니와 탁구나 「스포츠」 만 이세계에 대해서 한국의 존재를 증명하는 길이 아니다. 설술의 영역,과학의 영역,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민주체제를 유지하고 현대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영역에 있어서도,우리는 세계 앞에 한국인의 능력을 증명하지않으면 안된다 는 것이다.
우선 20대의 가냘픈 세 여자「챔피언」에 의해서 한국을 세계에 증명하는 오솔길이 보였다.그러나「사라예보」의 첩보가 밤 하늘의 불꽃처럼 화려하되, 허망한 수유의 것이 되지 앉기 위해서는 탁구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평화로운 경쟁에 있어 이 오솔길을 더욱 넓히고 더욱 단단하게 다져가는 노력이 뒤 따라야 될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이 「사라예보」의 승리가 우리에게 안긴 숙제로서 빚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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