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 한·중 공공외교대상' 양국 교류 디딤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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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중국 공공외교의 개척자로 불리는 한팡밍 부주임. 정·재계, 학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신라시대 중국(당나라)을 오가며 문명(文名)을 떨치고 한반도와 중국 대륙의 문화교류에 큰 역할을 한 최치원(857~?) 선생 같은 역사적 위인들이 한·중 양국 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했어요. 그런 취지를 살려 내년부터 ‘최치원 한·중 공공외교대상’을 신설해 공로자를 시상할 생각입니다. 중국 정부에 이미 건의했습니다.”

 방한 중인 한팡밍(韓方明·47)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부주임은 18일 중앙일보와 만나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정협은 전국인민대표대회와 함께 중국의 국회에 해당한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박사 출신인 한 부주임은 5년 임기의 정협위원을 세 번째 맡고 있다.

 한 부주임은 중국 하얼빈과 서울에 안중근(1879~1910) 동상 같은 기념시설을 동시 건립하는 일도 추진 중이다. 한 부주임은 자신이 베이징대학에 다닐 때 한국의 한 기업이 기부해 만든 안중근 장학금을 받은 인연이 있다. 언제, 어디에 동상을 세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1909년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의 동상은 2006년 1월 하얼빈 시내 광장에 세워졌으나 곧바로 철거됐고, 의거 현장인 하얼빈역 승강장에 세워졌던 표지석도 치워졌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국가 주석은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안 의사의 표지석을 다시 세우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었다.

 한 부주임은 2008년부터 중국에서 본격 시작된 공공외교를 중국에 초창기에 소개한 인물이다. 중국에서 그는 공공외교 교육의 개척자로도 평가받는다.

 그는 한·중 공공외교의 역사에 대해 “양국은 상(商)과 주(周) 시대부터 인문교류를 시작했고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같은 법도(法道)를 추구하는 등 많은 공통점이 있다”며 “이는 양국 관계 발전의 역사적 토대”라고 평가했다.

 이날 동국대(김희옥 총장)에서 자신이 쓴 ‘공공외교개론’의 한글판 출판 기념식도 했다. 그는 “한국 상황에 맞게 책의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 공공외교의 방법은 어느 나라에서나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부주임은 이날 한·중 공공외교 발전, 양국 인문교류, 불교계 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희옥 동국대 총장으로부터 명예정치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지난 9월 ‘중·한 불교문화교류대표단’을 이끌고 티베트 자치구를 방문해 한국과 티베트 불교 교류를 주도한 그는 “4세기 이후 불교가 중국에서 한반도로 전해진 이후, 고구려·백제·신라 3국 시대를 거쳐 융화하고 흥성했다. 불교는 동북아 문명을 잇는 황금 유대”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산당원이 아닌 무당파 정치인이다. 2009년 10월 중국 최초의 민간 싱크탱크인 차하얼(察哈爾)학회를 만들어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학회에 40여 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있다”며 “한국어가 가능한 5~6명 지한파 연구원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차하얼학회가 양국 민간 교류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대되는 데 기여하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역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부주임은 중국의 유명 가전업체인 TCL의 부회장직도 2011년부터 맡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정계·재계·학계에서 종횡무진 맹활약하고 있다.

글·사진=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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