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절위 이후락공동위원장 만찬연설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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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성철 공동위원장대리선생, 그리고 이자리를 빛내주신 평양의 동포여러분, 지금 박성철 공동위원장대리선생께서 말씀 하신 인사에 대하여 일부방법과 순서, 절차에 견해차이는 있으나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는 사실을 제 소견으로서 전제하면서 간단히 인사말씀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읍니까.
남북조절위원회 서울측공동위원장인 나와 나의일행은 남북조절위원회 제2차 합의에 참석하기위하여 다시 평양을 찾아왔습니다. 나는 오늘 이미 구면인 평양의 요로인사여러분을 다시 뵙게되어 무한히 기쁘게 생각하는바이며, 또 여러분이 이렇게 따뜻하게 맞이하여 주시는데 대하여 우리일행을 대표하여 깊은 사의를 표해 마지않습니다.
우리 남북조절위원회 쌍방대표들은 다시 흉금을 터놓고 조국과 민족문제에 대하여 진지한 의견교환을 갖게 되었습니다. 의견교환은 거듭되는 가운데 이해를 두텁게하고 또 이해가 두터워지면 의견의 접근이 촉진되는 법입니다. 그러한 뜻에서 회담을 거듭한다는것은 항상 개선을 약속하는것이며 생산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남북조절위원회 제2차회의는 매우 귀중한 회담이라 아니할수 없읍니다.
이제 우리의 남북관계는 남북에 흩어진 이산가족 및 친척의 고통을 하루 빨리덜어주고 또 한편 사회·문화와 경제분야에서도 교류와 협력을 구현해야할 단계로 접어들었읍니다.
나는 남북의 동포들이 이러한 남북관계의 새로운 단계를 지혜롭게 맞이하는것은 남북간에 이해를 두텁게하고 신뢰를 돈독히하며 나아가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것으로 확신해 마지않는 것입니다.
우리의 남북조절위원회는 이제 5천만겨레의 기대와 전세계 인류의 주시속에 착실하게 회담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4반세기의 단절로 말미암아 남북간에 제기되어있는 여러문제들이 한 두번의 회담으로 한꺼번에 해결될수는 없읍니다.
또 남북의 동포 여러분도 분단조국이 안고 있는 그러한 많은 문제들이 한두번의 회담으로 한꺼번에 해결될수 있다는 조급한 기대를 가져서는 안될것이며 그렇게 기대하지도 않고 있을것입니다.
다시 한번 반복하거니와 합담이 거듭되는 가운데서 이해를 낳을것이며 그렇게 조성된 상호간의 이해는 쌍방간의 의견접근을 촉구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우리의 남북회담은 남북쌍방이 인내와 성실성을 바탕으로하여 회담을 거듭할때 그 성공이 기약될 것이라고 믿고있는 것입니다.
5천만 민족이 지켜보는 이 남북회담은 결코 파탄되어서는 안되며 또 민족의 염원을 배반할 수도 없읍니다.
그리고 긴장완화와 전쟁이 없는 평화속에서의 번영을 지향하고있는 국제정세의 대조류도 외면할수 없는 것입니다.
나는 남북조절위원회 서울측 공동위원장으로서 우리의 남북회담을 기어이 성공시키기 위하여 이러한 명제들을 염두에 두고 투절한 민족적 사명의식과 역사관을 가지고 성실하게 회담에 임할 것이라는 나의결의를 다시한번 평양의 동포여러분에게 밝히면서 여러분의 격려와 지도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이제 7·4남북공동성명이라는 민족의 대헌장이 있으며 또 남북조절위원회라는 민족여망의 남북회담기구가 있읍니다.
이러한 헌장과 회담기구는 남북의 우리 동포들의 뇌리에 아직도 남아있는 전쟁에 대한 공포를 기어이 몰아 내고야 말것이며 남북간에 왕내와 교류,그리고 협력을 실현하여 상호 깊은 이해와 두터운 신뢰의 바탕을 마련하고 나아가 민족의 염원인 조국의 평화통일을 가져오고야 말것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않는 바입니다.
끝으로 인사가 늦었읍니다만 새해에도 북한의 동포여러분에게 만복이 깃들이기를 빌고, 또 남북조절위원회가 성공적인 전진을 이룩하게 될것을 비는 뜻에서 여러분 다같이 건배할것을 제의합니다.
1973년3월14일남북조절위원회
서울측공동위원장 이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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