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총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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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일 실시된 프랑스의 하원의원 선출을 위한 총선 제1차 투표에서 집권당인 민주공화국연합세력(독립공화파및 현대민주발전파 포함)은 38.1%를 득표하여 40.5%를 얻은 사회당·공산당연합세력에 예상대로 패배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최종승패는 오는 11일에 실시되는 제2차 투표를 기다려 봐야한다. 왜냐하면 4일의 1차 투표에서는 각 선거구에서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얻어야 당선되는데, 1차 투표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보는 57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선자 57명중 집권당이 48석을 차지하고 공산당과 사회당은 단 9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따라서 1차 투표에서는 전체의석 4백90의 약 10분의 1밖엔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여당이 1차 투표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당선자를 냈다고 해서 2차 투표에서 결코 낙관할 수 없게 된 것이 「프랑스」선거제도의 특색이다. 과반수 이상을 획득하지 않으면 당선이 안 되는 1차 투표에서 사·공 연합이 당선자를 많이 내지는 못했지만, 3분의 2이상의 선거구에서 사·공 연합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2차 투표에선 사·공 연합의 좌익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2차 투표에선 1차 투표에서 유효표의 10분의 1이상을 획득한 후보만이 겨루게 되는데 실제적으론 최고득점자와 차점자만의 양자 대결이 된다. 이는 승산이 없는 다른 후보들이 좌우로 나뉘어 어느 한 후보를 밀고 사퇴를 선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차 투표는 문자그대로 좌우의 치열한 대결장이 된다.
이렇게 두 차례에 나누어 복잡하게 투표를 하는 이유는 제4공화국시대처럼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원내서 안정세력을 얻지 못해 정부가 6개월에 한번씩 무너지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다.
「프랑스」정부와 여당은 작년 6월 사회당·공산당이 공동강령을 발표하고 연합전선을 편 이후 줄곧 열세로 몰렸었다. 지난 68년 총선에서 3백58석을 얻어 과반수 선을 훨씬 넘은 여당이 왜 이번 선거에선 좌익세력에 압도당하고 있는가?
현 여당은 1958년 「드골」집권이래 15년 동안이나 장기집권 해왔다. 1968년 「프랑스」는 한때 학생 노동자의 파업으로 위기에 처했으나 「드골」이냐 혼란이냐의 양자택일 앞에서 프랑스 국민들은 「드골」을 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알제리」전쟁 때와 같은 정치적인 위기도 없고, 경제는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 「허먼·칸」은 1980년대엔 프랑스가 서독을 누르고 유럽서 가장 큰 경제국이 될 것이라 예언한 바도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국내외 정치의 안정, 고도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국민은 왜 좌익으로 쏠리는가?
그 첫째 이유는 현 프랑스 정치제도의 모순이다. 「알제리」전쟁이 한창일 때 「드골」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키 위해 만들었던 헌법이 10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는 현실에 맞지 않게 된 것이다. 대통령권한의 비대로 무력해진 의회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현 헌법의 개정을 부르짖는 지식층의 소리는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
둘째는 부의 편재 때문이다. 80년대에 서구최대의 경제국으로 올라선다고는 하지만 프랑스 노동자의 대다수인 3백만명이 아직도 월 2백달러 이하의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끝으로 프랑스 국민은 15년간 일당장기집권에 지칠대로 지쳤기 때문이다. 제3, 제4공화국 시절에 석달이 멀다하고 정권을 갈아치운 프랑스 국민이 15년을 참았으니 인내력도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2차 투표이전에 「퐁피두」대통령이 정치제도의 개혁, 정부주변의 부패일소 및 임금인상 등 대개혁을 선언하고 중도파의 표에 호소하지 않는 한, 좌익세력에의 패배는 명백하고 제5공화국의 앞날엔 먹구름이 몰아닥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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