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까지 버는 대경대 한복 패션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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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대학 실크로드팀이 지난달 22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JTBC 매체설명회’에서 한류 패션쇼를 선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학의 모델과가 기획한 창작 패션쇼가 지방자치단체 행사의 개막공연으로 초청받고 학과 장학금까지 조성했다.

 대경대 모델과 주연희(42) 교수는 2년 전쯤 전공 실습으로 한복 패션쇼를 구상했다. ‘한복 패션쇼’란 명칭이 진부해 한복 원단인 비단에 런웨이의 뜻을 살려 ‘실크로드’로 명명했다. 패션의 주제는 ‘선덕여왕’ ‘대장금’ ‘세종대왕’ 등 인기를 끈 한류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잡았다. 처음엔 모델과 학생들의 무대 경험을 살리는 게 목적이었다. 학교에서 선보인 첫 쇼의 반응이 좋아 지난해 9월엔 주민 200여 명을 모아 놓고 평가를 받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학교를 찾아오는 중·고교생의 반응도 좋았다.

 모델과는 작품 분량을 10분짜리부터 1시간짜리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의상과 캐릭터도 더 보탰다. 공연은 갈수록 아이디어가 더해지고 모델의 연기와 춤도 세련돼 갔다. 이야기가 있는 패션쇼가 된 것이다. 그때부터 외국의 귀한 손님이 대경대를 방문하면 보여주는 단골 쇼가 됐다. 입소문을 타고 지난해 10월 ‘대구 컬러풀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경주 봉황대 뮤직스퀘어’ ‘제50회 고흥 대종상 영화제’ 등 지자체의 굵직한 행사에 초청받았다. 급기야 올해 10월에는 ‘2013대구세계에너지총회’의 개막공연에 초청돼 박수를 받은 것은 물론 출연료로 1500만원을 받았다.

 태백시의 눈축제와 청도군의 반시축제에는 지역 특성을 가미한 패션쇼를 선보였다. 지난 14일엔 대구도시철도공사의 제안으로 계명대 의상디자인과 학생들과 공동으로 ‘지하철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패션쇼가 거듭되면서 학생들은 무대 자신감이 생기고 현장능력도 더해졌다. 최근 수퍼모델로 뽑힌 2학년 노일현(25)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노씨는 “실크로드 무대를 통해 표정과 동작·춤 등을 익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초청공연으로 수익금도 생기고 있다. 실크로드팀은 지난해 12월 공연 수익금 중 3000만원을 학과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또 수익금 중 일부는 의상 제작비로도 활용하고 있다.

 ‘실크로드’ 예술감독인 주 교수는 “한복과 우리 문화·역사를 잘 버무려 앞으로 세계 무대로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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