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풍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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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화당은 두가지 면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첫째는 공천을 통해 새로운 주도 세력의 대두가 불가피하게 됐고, 둘째로는 새 국회법에 의해 새로운 원내 1당으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공화당이 이번 총선에서 얻은 의석은 73석. 여기에 대통령 추첨 국회의원 73명을 계산하면 원내에서 3분의 2라는 절대 안정 세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절대 안정세를 배경으로 공화당은 어떻게 국회에 임할 것인가.
국회는 행정의 능률 극대화를 막는 저해 요소로 지적되어 왔고 10·17선언에 의한 국회 해산도 이런 국회 불신에서 나왔다.
앞으로의 국회가 과거의 비능률과 낭비를 배제한다면 그것은 바로 지난날의 여야 관계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실상 정권 투쟁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고 볼 때 또 여야 관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선거 때 정일권 당의장 서리는 『야당과 모든 것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는데 그 「모든 것」은 유신 국회가 다룰만한 「모든 일」을 의미하는 것이지 결코 그 한계를 넘는 모든 것이 아님은 명백하다.
이러한 새로운 여야 관계에서 국민회의 선출 「케이스」 의원 「그룹」이 적절한 분위기를 조성할지도 모른다.
이 간선 의원들이 공화당과 함께 단일 교섭 단체를 구성할지, 공화당과 별도의 교섭 단체를 구성하게 될지는 명백치 않으나 그들의 존재 (제도로서의 존재)가 국회를 초당적 성격으로 채색하는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간선 의원과 공화당의 관계 조정과 아울러 무소속 의원 대책도 제기된다.
19명의 무소속 당선자 가운데 공화당 의원이었거나, 공천을 받으려 했거나 그밖의 인연으로 친여계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최소한 9명.
이들과 간선 의원, 그리고 공화당간에는 원내에서 조그만 정치 재편성 작업이 이루어지게 됐다.
국회가 개원되면 국무총리의 인준 절차가 기다린다. 이를 계기로 일부 개각도 예상할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연초 기자 회견에서 밝힌 초당적인 내각 구성이 실현된다면 그 시기를 이때로 보는 사람이 많은데 국회 요직 인선, 친여 세력의 원내 재편에 이같은 개각까지 겹친다면 이는 정치력 관계의 대폭적 개편이라고 할 만하다.
공화당은 선거를 치렀으니까 어차피 평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미 길전식 사무총장은 소수 정예 체제로 당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는 개편 방향을 밝힌바 있다.
더우기 지난 공천 과정에서는 그동안 당의 운영 실권을 장악했던 중진들이 많이 빠지게 돼 그 대역을 누가 맡게될 것이냐가 관심을 끌고 있다.
당직 가운데 정책위의장·중앙위의장·재정위원장과 상당수의 당무 위원이 원내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들 당 요직이 그대로 원외 쪽에 머무르게 되리라고는 짐작키 어려우므로 당 요직 개편도 불가피하다고 봐야 한다.
공화당에서 3선 이상 의원은 30명. 이 가운데는 길전식·장경순·김용태·박준규·육인수·이병희씨 같은 당무 위원이 있으며 초선·재선의원 중에도 정 당의장을 비롯해 전 부총리 (장기영) 전 각료 등 중량급이 상당히 있어 이들의 새로운 「라인·업」이 주목된다.
새 체제가 어떠한 개편이든 간에, 공화당도 종래와 같은 당적 생리를 갖기는 어려울 것 같다. 통일 주체 국민회의의 탄생으로 국회의 기능과 성격에 많은 편차가 있듯이 공화당도 국민회의 진출 「케이스」 의원 제도로 정치성이 상당히 중화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정당의 대 행정부 관계, 정당의 대 국회 관계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당의 내적 운영에서는 「돈」과 「인력」이 많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질·양에서의 변화가 있다고 해서 박정희 총재의 당 영도에 변화가 생기리라고는 짐작할 수 없다. 공화당은 총재 중심의 일사불난을 이상으로 삼아왔고 또 그것을 한걸음 한걸음 익혀왔다.
여기에 박 총재는 『책임을 지고 유신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당 총재직을 그대로 맡겠다고 했기 때문에 당의 기강이나 당권 확립에는 아무런 틈도 없이 친정의 영도력이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심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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