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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안철수 신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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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11월 29일자 34면>
‘안철수 신당’ 실천이 문제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안철수 의원이 어제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선 존재하지도 않는 ‘안철수 신당’이 늘 20%대를 얻어 10%대에 불과한 민주당을 압도해 왔다. 이는 안 의원의 리더십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민주당식 극단 정치에 실망하고 새로운 수권 정당을 기대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 정치는 미움과 분노, 극단과 대결로 불모지대가 된 지 오래다. 오죽하면 김황식 전 총리 같은 비정치적 인사가 “국회를 해산시켜야 할 상황”이라고 했을까. 안철수의 신당은 한국 정치권에 실망한 여론을 업은 문제제기다. 안 의원도 이른바 새정치추진위원회 출범을 선언하면서 “지금 이 순간, 이어도 해상에선 미국과 중국·일본이 방공식별구역을 두고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데 우리 정치는 극한적 대립만 지속하고 있다. 저희는 극단주의와 독단론이 아닌 국민통합의 정치세력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안철수 신당의 능력이다. 안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참여하겠다며 ‘한국 정치의 재편’을 신당 목표로 한다고 명시했다. 적대적 공존을 즐기는 분열의 기득권 정치를 해체하고 새로운 정치구조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탄생 과정에서 출마할 듯하다 포기하고, 문재인 대선후보 탄생 과정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포기했으며, 이번 신당 발표 과정에서도 창당 선언을 하느니 마느니 말이 많았다. 리더십에 분명함이 없고 메시지가 모호한 데다 결단의 순간에 이것저것 섞어버리는 우유부단함을 아직 극복했다고 볼 수 없다. 신당의 가장 큰 정치자산이 안 의원 개인인 만큼 그가 이런 리더십의 결핍을 보완하지 못하면 오늘의 선언은 휴지조각이 되고 말 것이다.

민주당 쪽에선 표가 갈릴 것을 우려해 야권연대론이나 야권후보단일화론으로 신당 추진세력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논리들은 과거에 보아왔듯 대체로 정치공학적이고 승리지상주의에 불과했다. 신당 세력이 또다시 이런 구시대적 정치공학에 편승한다면 안 의원의 실험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는 한국의 중도세력을 또 한번 배반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한겨레 <11월 29일자 35면>
안철수 신당의 성공 조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안철수 의원이 28일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을 선언하고 정치세력화 추진을 공식화했다. 안 의원은 한국 정치의 재편, 삶의 정치, 국민통합 등을 중요한 열쇳말로 제시하며 내년 6월 지방선거 전 창당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안 의원의 정치실험은 이제 ‘추상’에서 ‘구상’의 세계로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을 의미한다. 그동안 실체도 없는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당의 모습이 구체화될수록 더욱 상승세를 탈 수 있다. 그렇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 현실정치다. 비전, 인물, 조직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정당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야 할 과제가 안 의원 앞에는 기다리고 있다.

우선 신당 추진세력은 국가가 당면한 과제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해법 제시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정의·평화·복지를 3대 비전으로 제시했는데, 이런 비전의 새로운 시대적 의미는 무엇이며 이를 구현하는 정책이 기존의 정책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해석과 해법 제시는 현재 당면한 정치적 쟁점에서도 나타나야 한다. 지금 여야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공안통치, 종북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현안을 둘러싼 대치정국을 싸잡아 구태정치라고만 꾸짖을 게 아니라 새로운 해결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 당장 안 의원도 찬성한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특검 도입 요구를 여권이 들은 척도 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면한 정치현안들을 믿음직스럽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야만 안 의원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관념적·공상적이라는 비판을 극복할 수 있다.

새 정치에 걸맞은 새로운 인물의 영입, 획기적인 조직 시스템도 신당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안철수라는 개인의 인기도가 크게 좌우하는 대선과 달리 지방선거에서는 식상한 인물이나 기존 정당의 이탈자 등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정당 조직도 기성 정치권의 문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길 유권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 재편에 대한 비전 제시는 신당이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다. 안철수 신당을 흔히 제3지대 정당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렇게 보기 어렵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굳어진 안 의원의 정치적 좌표나 신당 지지자들의 분포 등을 볼 때 신당은 제2지대에 더 많이 걸쳐 있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 신당 추진이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 실망감의 증폭과 궤를 같이하는 것도 이를 보여준다.

안 의원 쪽은 신당 건설이 야권 분열이 아니라 새로운 야당 건설을 위한 진화 모델이라고 말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신당이 각자 국민적 평가를 받아본 뒤 열린 자세로 야권 재편을 논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막상 민주당과 신당의 ‘공동참패’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후폭풍은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대비책을 지금부터 차분히 마련하길 바란다. 

[논리 vs 논리] 중앙, 단일화 되풀이 경계 … 한겨레, 야권 분열효과 우려

중앙 “독자 세력화 유지하고 리더십 보완해야”

안철수 의원의 출현은 분명 한국 정치를 뒤흔든 사건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대선 이후 안철수 의원의 행보는 그야말로 일거수 일투족이 전 국민의 관심사였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미친 그의 영향력이 컸다는 의미다. 과연 언제 본격적으로 정치세력화할 것인지를 두고 정말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기다렸다. 일부에서는 애초 가시적인 정치세력화는 불가능한 하나의 바람이거나 현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공식화했다. 기득권 또는 기존 정치권과는 전혀 다른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새정치 실현을 기치로 내걸었다. 이런 안철수 의원의 정치세력화 공식화에 대한 기본 입장에는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 모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아울러 아직 창당하지도 않은 안철수 세력에 대한 높은 여론조사 지지도가 실제 안 의원의 리더십이나 능력이 아니라 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시각에 있어서도 두 신문이 일치한다. 다만 안철수 현상이나 신드롬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 진단에서는 서로 다른 미묘한 시각차를 보인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식 극단 정치에 실망’한 결과로 ‘새로운 수권 정당을 기대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열망’이 원인이라고 명시적으로 진단한 반면 한겨레는 안철수 현상의 구체적 원인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안철수 신당의 성공 조건’을 두루 열거하며 그것이 녹록지 않은 문제임을 암시한다. 민주당을 포함한 기존 정치세력 전체의 책임론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두 신문은 안철수 신당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전망, 그리고 성공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는 단계에서도 견해차를 보인다. 일단 안철수 신당의 미래 전망에 있어서는 두 신문이 모두 지금까지와는 다른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정치적 입장과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과 만약 이런 점에서의 가시적인 변화를 보이지 못할 경우 그의 정치적 실험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생각을 같이한다. 다만 안철수 의원의 새로운 변화 필요성에 대한 강조점이 서로 다르다. 중앙일보는 그동안 안철수 의원이 취해온 정치적 행보를 평가하면서 그 과정에서 노출된 ‘리더십의 결핍’을 보완하지 못하면 ‘오늘의 선언이 휴지조각이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한다. 즉 ‘리더십에 분명함이 없고 메시지가 모호한 데다 결단의 순간에 이것저것 섞어버리는 우유부단함을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고 평가함으로써 안철수 의원 자신의 정치적 체질과 리더십 강화를 주요 해결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안철수 의원 개인의 리더십보다는 ‘비전, 인물, 조직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정당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 공안통치, 종북 문제 등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현안’에 대해 ‘싸잡아 구태정치라고만 꾸짖을 게 아니라 새로운 해결방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신당 지지자 분포, 제 2지대에 더 많아”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안철수 신당이 정치권, 특히 야권에 미칠 영향력이나 이에 대한 대응방식을 제시하는 데서도 두 신문은 분명한 시각차를 나타낸다. 중앙일보는 기본적으로 안철수 신당의 독자세력화라는 기조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하에 ‘민주당이 표가 갈릴 것을 우려해 야권연대론이나 야권후보단일화론으로 신당 추진세력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런 논리들을 ‘정치공학적이고 승리지상주의에 불과’하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어 ‘이런 구시대적 정치공학에 편승한다면 안 의원의 실험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는 한국의 중도세력을 또 한번 배신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까지 하고 있다. 반면에 한겨레는 안철수 신당 추진이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실망감의 증폭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신당을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굳어진 안 의원의 정치적 좌표나 지지자들의 분포 등으로 볼 때 제2지대에 더 많이 걸쳐 있는 정당’으로 규정하고 있다. ‘신당 건설이 야권 분열이 아니라 새로운 야당 건설을 위한 진화 모델’이라는 주장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신당이 각자 국민적 평가를 받아본 뒤 야권 재편을 논의할 수 있다’는 신당 추진 세력의 입장에 대해 ‘민주당과 신당의 공동참패로 끝날 경우 나타날 후폭풍’을 대비해서라도 보다 ‘깊이 있는 고민과 대비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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