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관의 지방 분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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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일 박 대통령은 『도시 인구 집중 억제와 분산을 위한 확고한 방안을 마련하여 강경히 집행하라』고 지시하고 정부 기관과 산하 기관의 지방 분산 종합 계획을 2월말까지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의 경제 관계 부처 장관 회의에서도 서울의 인구 억제책의 일환으로 국영업체의 본사를 지방에 이전하며 고교 이상의 증설을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밖에도 시민세·공장 이전 촉진세 신설 문제 등도 아울러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를 비롯한 대도시의 인구 분산을 위하여 국영업체의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며, 고교 등의 증설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 수도 있는 방안일 것이다. 사실이지 현재의 서울시는 인구의 과다 집중으로 말미암아 공해가 늘어나고 있으며, 인구 과밀화로 상수도 문제·하수도 문제를 비롯하여 모든 면에서 수도행정의 기능이 한계점에 달한 느낌조차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도의 인구를 적정 선까지 감소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필요한 조치이기는 하나 시민세의 신설이나 고교 이상 교육기관의 증설 억제 등으로 과연 그것이 가능할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정부는 수도권의 인구 집중을 막고 수도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하여서는 먼저 이에 따른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이를 과감히 집행하여야 할 것이다.
거의 모든 입법·사법·행정 기관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국가 기관과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들도 서울에 있지 않으면 안되며 또 교육 기관도 서울에 집중되어 자연히 서울에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 것은 가리울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 행정부 산하 기관의 지방 이전부터 빨리 서두를 것이 가장 급한 일이다.
상공부는 본부를 영동지방으로 이전할 것과 산하 기업체들의 지방 분산을 위하여 각 기업체의 본사를 지방에 이전하도록 지시한 바 있는데, 이것이 아직도 잘 실현되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또 건설부는 산하 주공·도공·수개공·준공 등을 지방으로 이전 분산시키기로 하고 수자원 개발 공사는 대구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양부 이외도 산하 기관의 지방 분산을 보다 강력히 추진할 여지는 많다. 농림부나 문교부 산하의 여러 기관의 지방 이전이 그 안에 포함될 수 있다.
총무처에서도 중앙 공무원 교육원을 대전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바 있는데 이 밖에도 정부의 각종 연구 기관의 지방 분산은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의 대전 이전, 서울 고등 법원의 수원 이전 둥도 연구해 볼만하다고 하겠다. 대민 봉사 기관의 지방 이전은 처음에는 상당히 불편할 것이나 이에 따른 인구분산도 어느 정도 가능하리라고 하겠다.
서울에 고교 이상의 교육 기관을 신설하지 않기로 한 것은 교육 인구의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이는 바, 이러한 고식적 방법 이외에 전국에서 가장 좋은 특수 고등학교나 특수 대학 등을 지방 도시에 세우고 또 교통의 중심지에 있는 지방 도시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해 주기 바란다.
이웃 일본에서는 수도 천도론까지 나오고 있는데 정치와 행정 등 모든 방면의 수도인 서울을 기능별로 분화시켜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연구해 주기 바란다.
서독의 경우 임시 수도인 「본」은 행정 수도일 뿐 무역·상업도시로는 「함부르크」가 있고 교육 도시와 문화 도시로는 「뮌헨」이 있으며 사법 도시로서의 「칼스루에」, 중공업 도시로서의 「뒤셀도르프」 등으로 기능이 분화되어 있는 것을 우리도 어느 정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정부의 서울 인구 억제책의 「마스터·플랜」이 하루 속히 완성되어 인구의 지방 분산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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