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교복' 밀어붙이자 업계 아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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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대리점주·납품업체와 하청업체 직원 1000여 명이 13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교복업체 생존권 보장을 위한 교육부 정책 규탄 집회’를 열었다. [김성룡 기자]

중·고교생 교복가격 책정 방식을 두고 교육부와 교복업계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지역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13일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후문에 10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교복대리점주와 교복납품업체·하청업체 직원 등으로 구성된 한국교복협회 회원들이었다. ‘교육부 탁상행정에 교복업계 다 죽는다’ ‘비리 조장하는 교복일괄구매 폐지하라’는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든 이들은 “교육부가 교복업체들을 값만 비싸게 받는 파렴치범으로 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중·고등학교 중에서 교복을 입는 학교는 95.6%(5275개교)다. 매년 120만 명의 신입생이 교복을 구입한다. 시장 규모는 4000억원 정도다. 교육부는 학부모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 7월 ‘교복가격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매년 교복가격 상한선을 정해 각 학교에 권장하겠다”고 밝혔다. 그 첫 사례로 지난 9월 학부모단체와 대형 교복업체가 참여한 민관위원회를 열어 올 하반기 교복가격 상한선을 20만3084원(동복 기준)으로 책정했다. 올해 평균 공동구매가격(19만9689원)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1.7%)를 반영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학부모들이 교복을 개별적으로 살 때보다 5만원 정도 값이 떨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공립의 경우 2015년부터는 학교가 학부모 신청을 받아 입찰 등을 통해 교복을 일괄 구입하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부 박성수 학생복지정책과장은 “수학여행·졸업앨범비 등도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는데 교복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복업체들은 정부가 제시한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북 구미에서 교복대리점을 운영하는 김대학씨는 “정부가 내놓은 상한선은 14~15년 전 판매가격”이라며 “교복은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고 애프터서비스 기간도 2~3년으로 길어 기성복보다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상준 한국교복협회 회장은 “학교에서 교복을 일괄적으로 구입하면 학교와 업체 사이에 비리가 생기게 되고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학교마다 다른 교복 디자인을 통일해 표준 디자인을 만들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대해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교복업계는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학교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학교마다 디자인이 다르면 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교복협회는 이날 상한제 폐지 등의 요구를 담은 항의서한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진 회장은 “교복 값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상경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교복업계가 학부모들의 부담을 외면해서도 안 되지만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책정해 강요하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가격 상한선을 책정하는 민관위원회에 대리점과 하청업체를 참여시키는 등 폭넓은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이한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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