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형 당수 권한 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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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진산과 함께 일을 하자니 미끄러운 얼음판을 걸어가는 것 같아서….』
유=『당나귀(정)는 버드나무(유)에 꼭 매두었는데 원….』
67세 동갑인 유진산씨와 정일형씨는 언젠가 이런 농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유씨에게 비뚤어 매인 정일형씨. 그는 2대 국회이래 8대까지의 7선 의원으로 현역 정치인가운데 여야를 통틀어 최다 선이다.
정씨는 이른바 비주류 중에서 준 민주계를 이끌고 신민당에 잔류하기로 결단을 내림으로써 당의 양 분위기를 극복한 수훈을 세워 비록 임시 관리지만 야당의 당수 직을 차지하게 됐다.
민주당 때 잠시 외무장관을 지냈고「유엔」대표로도 자주 참석해 야당에서는 외교 통으로 돼 있다.
유진오씨가 당수 할 때는 당 부총재를 지냈고 유진산·이재형씨와 함께 당수 경 선에도 나갔으나 패배했다. 그는 정당 안에서 자기 몫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소수파였던 셈이다. 이번에 이철승·김영삼 두 정무회의 부의장과의「협의」를 조건으로 당수 권한을 대행하면서 선거를 어떻게 치를 것이며 또 유진산씨의 사퇴 서를 처리할 임시 전당 대회를 어떻게 이끄느냐가 정치역량 재평가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는 한국정부 제2호의 외교관 여권을 가졌으며『UN과 한국』이라는 저서도 있다.
평남 용강산. 연전 문과를 나와 미국「드루」대학에서 철학박사를 받아 보통「정박」으로 불린다.
부인 이태영 여사(가정 법률문제 상담소장)는 그의 중요한 정치반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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