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본 사회상|문제아이전에 문제가정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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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0대의 자녀를 기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이 요즘어머니들의 일반적인 걱정이다. 사회가 날로 복잡해짐에 따라 10대의 예민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많은 사태들이 늘어나고 또 부모는 부모대로 전보다 더 바빠져서 자녀를 돌볼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다음은 16일 서울YWCA어머니모임에서 오혜직씨(이화여고교사)가 강연한 「10대가 보는 사회상」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학교에서 오랫동안 10대의 소녀들과 생활하면서 뚜렷하게 느낀점 중의 하나는 학생들은 누구나 부모와 가정이라는「필터」를 통해 사회와 인간을 본다는 점이다.
사람의 일생에서 그가 10대에 어떤 인생관·사회관을 가졌었는가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부모들은 그들의 10대 시절에 가졌던 생각이 자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었나 를 돌이켜보면서 자녀의 눈에 비칠 사회상의 내용을 한번 상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서로 사랑하며 생각이 깊게 처신하는 부모를 가진 학생들은 사회를 보는 눈도 밝고 어두운 면에 부딪치더라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나 부모와 가정의 분위기에 불만을 지닌 학생들은 항상 반발이 크고 때로는 파괴적이며 우울한 눈으로 인생을 내다보게 된다. 나는 이 세상에는 문제아가 있는 것이 아니라「문제가정」이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있다.
술이 취해 밤늦게 들어오고 자녀들과는 얼굴 맞댈 기회가 드문 아버지의 모습은 한국의 일반적인 아버지 상이다. 이런 아버지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아버지 자신은 별 다른 반성이나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 학비를 꼬박꼬박 대주었으니 나는 아버지로서 결합이 없다고 생각한다. 바람을 피우는 아버지조차도 이것은 아내와의 문제이므로 자식들에게 미안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남편 밑에서 인생에 별 다른 의의를 느끼지 못하고 자녀에게도 습관적인 애정만을 쏟는 어머니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유가 있는 어머니들은 동창회나 계모임 등에 관심을 쏟고 여유가 없는 어머니들은 자녀들 앞에서 인생이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가 하는 하소연을 늘어놓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점들은 부모자신에게는 하찮은 결합으로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자녀들에게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부모에 대한 증오심, 가정에 대한 불만 등은 사춘기의 학생들에게 생활의 근본을 좌우하는 무서운 영향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10대의 자녀들에게 바른 사회관, 부모와 가정에 대한 사랑을 심어줄 수 있을까. 그것은 먼저 자녀와 부모가 심리적으로 거리가 없이 밀착되어 자녀의 상태를 자신의 상태처럼 느끼는 부모에 의해서만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자녀에 대한 지나친 간섭, 무관심, 무리한 기대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부모의 결점들은 이런 상태에서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자녀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어 마음의 상태를 파악해 갖고 외적인 보호보다는 내면세계의 보호에 관심을 갖는 부모라면 자녀문제로 속 썩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부모가 행동으로써 이 사회를 바로 살아가는 자세를 보여야한다는 점이다. 많은 학생들이 부모의 가르침과 부모의 행동사이에서 모순을 발견하고 갈등을 겪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절제 있게 살고 남을 도우며 화목하게 가정을 이끌어 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10대 자녀들의 마음속에 뚜렷한 삶의 방법을 제시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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