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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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들에게서 가끔 어린이들의 독서지도를 어떻게 해야 좋으냐는 질문과 동시에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런 때마다 나는 『책방에 가보세요. 가보시면 아마 적당한 책이 골라질 것입니다.』 이렇게 대답한다.
이 말은 대개의 경우 어머니들을 만족스럽게 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싶은것은 책이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꼭 필요하다』는 강한 의식이 어머니들 마음에 정말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느끼는 필요성만으로는 안된다고 본다. 책을 읽어야 아이들 정서교육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서는 풍부한 감정의 소유자가 되고… 와 같은 상식적인 이야기는 실제로 맥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문제는 어머니 자신이 과연 얼마만큼 책을 읽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어린이들에게 책을 골라주고 독서지도를 할 수 있는 이는 어머니만큼 적당한 이가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어떤 어머니는 아이들과 함께 늘 책을 읽고 있다. 아이들이 읽기 전에 먼저 읽는다든가 해서 밖에서 놀다 들어온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해가며 책으로 이끌어 들이는가 하면 책 읽던 아이가 어려운 구절에 봉착하여 따분해하면 설겆이를 하면서도 설명을 해 주고 내용의 가치 판단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도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어머니와 책을 두고 대화할 수 있다는 의식은 어린이에게 얼마나 큰 만족과 자랑을 느낄 수 있게 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어머니쪽에서 본다면 자녀의 생각의 방향을 이렇게 정확히 자연스럽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또 없을 것이다.
영국의 유명한 동화작가 「에리너·파존」의 『작은 책의 방』이라는 글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책없이 살아가는 것보다 옷 없이 사는 것이 자연스럽게 생각될 정도였읍니다. 그리고 또 책을 읽지 않으면 먹지 않고 살아있는 것과 같을 정도로 부자연스러웠지요…. 책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읽으면 안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어린이에게는 이 방이 마치 제비뽑기 아니면 즐거운 보물찾기의 세계와 같았습니다.』 단 하루도 학교란 다녀보지 못한 「파존」이 세계적인 작가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은 이 『작은 책의 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이란 단 한가지뿐은 아니라고 본다. 책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책에 관심이 없고 읽지않는 어린이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는 적당히 배고프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기에 나는 『엄마와 함께!』 이것이 어린이 독서지도의 선결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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