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미국 경제와 소련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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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의 세계 경제는 몇 가지 주요한 측면에서 주목할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그것이 국제 경제 및 정치 질서에 어떻게 반사될 것인지 우리로서도 예의 주시해야 하겠다.
우선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소련경제의 흉작에 따른 침체와 재정 및 경제 계획상의 번축 정책 선택이라 하겠다. 소련은 지난 12월 최고회의에서 73년의 국민경제발전계획과 예산을 채택했는데 73년도의 경제 성장률을 1933년이래 최저수준인 5·8%로 낮추는 동시에 예산 규모 팽창률도 예년의 8%수준에서 3·6%로 대폭 축소시켰다. 이러한 계획조정의 요인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첫째로 서방세계에서 2전8백만t에 이르는 소맥을 수입해야할 만큼 심각한 흉작을 목도함으로써 생산시설에 투입할 자원을 1 억 「달러 이상이나 식량수입에 전용시켜야 했다. 둘째는 자급률이 높고 농공 간의 연관 효과가 큰 소련경제에서 농업의 흉작이 필연적으로 식료품 공업 등 소비재 공업의 감산을 불가피하게 했다. 셋째 72년도의 산업시설투자계획이 예정대로 완공된 것은 30% 정도에 그치는 저조를 보여 공업기반을 전면적으로 재 조정해야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등이다. 다음으로, 미국경제는 69-70년의 심각했던 불황기에서 차차 벗어나 72년 하반기부터는 설비투자가 대폭 늘어나고 실업률이 줄면서 물가상승압력도 현저하게 완화되고 있다. 따라서 73년의 미국경제는 많은 제약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호경기를 예상케 하고 있다.
한편 EC제국은 「인플레」 경향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어 재할 금리를 인상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한편, 일본경제는 국제 수지 흑자 폭의 해소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면서 불측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특별 관세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주요 선진국의 정세 변화는 세계경제에 다양한 여파를 끼칠 것으로 보이며 그것이 내포하는 의미를 우리로서도 깊이 읽을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소련경제의 상대적 정체와 계획조정의 두 가지 측면이다. 즉 64년의 「흐루시초프」 실각이 흉년에 따른 경제적 후퇴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음을 상기할 때, 「브레즈네프」 체제가 흉작 및 경제적 정체의 여파를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 점에서 「브레즈네프」 체제는 현재의 미·소 및 일·소 관계의 추이로 보아 소련경제의 정체를 미·일과의 자본협력관계, 특히「시베리아」 개발문제를 타결시키는 자극제로 전환시켜 난국을 타개하려고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견된다. 다음으로 EC제국의 「인플레 압력가동은 국제무역상의 새로운 국면을 전개시킬 가능성이 짙다.
EC제국이 번축 정책과 국제수지대책을 강화시키는 경우 국제무역질서는 오히려 교란되고 또 다른 통화파동의 씨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한편, 미국경제는 호전 될 공산을 짙게 하고는 있지만 이는 그 동안의 임금 물가 및 임료 등 동결조치에 기인되는바 컸다는 점에서 73년에는 임금문제가 재연될 요인을 내포한 불안한 호전인 것이다.
더우기 미국경제는 연내의 과제인 국제수지적자폭의 확대 경향을 여전히 바로잡지 못한 실정이므로 미국경제의 호전이 자체의 국제수지를 더욱·악화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러한 제반요인을 고려 할 때 일본이 「엔 화의 재 절상 압력을 막기 위해 수출 억제·수입 촉진 정책을 집행하면서도 불측의 사태에 대비키 위하여 특별 관세제를 준비해 두고있는 점은 매우 주목해야할 대목이라 할 것이다.
선진제국간의 상대적 지위변화는 국제 협조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고 도리어 호전시킬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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