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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KBS 수신료 올리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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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KBS가 임시 이사회를 열어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는 안을 통과시켰다. 안이 정부·국회를 통과하면 KBS의 연간 수신료 수입은 3900억원가량 늘게 된다. KBS 수신료는 지난 32년간 묶여 있었다.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수신료가 보조 재원으로 전락한 왜곡된 재원구조를 해결하려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KBS의 주장이다. 수신료 인상으로 민영방송이 감당하기 힘든 공익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회적 약자·소외지역을 좀 더 배려할 수 있다면 인상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몇 가지 선결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실제 광고수입을 대폭 줄여야 한다. 수신료는 대폭 올리면서 광고는 그대로 하겠다면 사회적 동의를 받기 힘들다. KBS도 이 점을 감안해 총매출 중 광고 비율을 40%에서 22%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율의 함정이 있다. 유료방송 재송신 수입과 콘텐트 판매액 등 기타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신료까지 크게 오른다면 KBS의 총매출 규모는 계속 커질 것이다. 따라서 광고 비율을 낮춘다 해도 절대적인 광고수입은 크게 줄어들지 않게 된다.

 경영의 효율화도 선결 과제다. KBS는 복리후생·인력운영의 안정성을 보장받으면서도 언론기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다른 공기업에 비해 외부 감시를 덜 받아왔다. 방만한 경영을 청산하고 노동생산성을 올릴 가시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공익성·공정성의 제고 역시 필요하다. 민영방송과 별반 차이가 없는 시사교양·예능·드라마를 만들어낸다면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수신료를 올리기에 앞서 공영방송답게 운영될 것이라는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