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경보…73년의 세계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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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경제에 「인플레」의 경보가 울렸다. 미국을 비롯해서 EC·일본 등은 벌써 「인플레」권에 들었다.
한국엔 8·3조처에 따라 가격이 동결되어 있지만 조만간 그 여파가 미칠지도 모른다.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자그마치 47.9%(71년).
수출「드라이브」정책과 더불어 무역의존도는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해외로부터의 충격에 대해선 거의 무방비 상태이다.
벌써 국제 소맥가 인상 때문에 밀가루 인상파동을 치렀지만 앞으로도 원자재 국제가격 인상에 따른 여파가 우리 국내물가를 어떻게 엄습할지 낙관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금년 들어 세계각국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인플레」가 고개를 내밀었고 73년 세계경제의 초점이 「인플레」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72년 중에 이미 쌀·소맥 등 식량이나 양모 등 원자재 값이 급등세를 보였다. 그 위에 공산품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미국은 전년비 8%, 영국은 10% 가까이 수입가격이 올랐다.
이 「인플레」추세는 73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제국들이 「인플레」를 수반한 확대정책을 계속 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산품의 2대 공급국인 서독과 일본도 국내가격의 상승에 의한 수출가격의 인상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73년은 공산품의 주도에 의한 세계적인 「인플레·무드」가 예상되고 있다.
소련을 위시하여 중국 및 「아시아」 각국이 72년에 대 흉년이어서 명년 농산물 값은 상당한 강세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인플레」경보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은 완전고용을 위한 확대정책을, 개발도상국은 공업화를 계속 강행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는 「코스트·푸쉬」와 과잉 유동성이라는 「인플레」촉발제를 경쟁정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빤히 내다보이는 「인플레」의 위험 때문에 IMF(국제통화기금)에서는 「인플레」억제를 위한 자제정책을 호소하고 있다. 또 「가트」(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서는 신 국제「라운드」에 의한 관세인하, 보호장벽 철폐 등으로 무역가격을 낮춰 「인플레」의 확산을 막아보자고 제창하고 있다. 「인플레」의 만연에 대해선 EC 각국이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재할인율의 인상, 균형재정정책, 연간가격 계약제도 등의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어떻든 73년은 「인플레 대책의 해」가 되어 경제체질이 약한 개발도상국들은 매우 어려운 시련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갈이 무역의존도가 높고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아직 갖춰지지 못한 체질에서는 그 여파가 상당히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인플레」에 대해서 한국경제가 얼마나 속수무책이었던가는 70년에 실감한 바 있다. 그때보다도 이젠 원자재 의존도 등이 높아지고 경제도 더 민감해졌다.
8·3조처 등 많은 희생을 치르고 그나마 이룩해 놓은 안정기반이 타율적인 외압에 의해 송두리째 무너지지 않도록 그 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외부경제의 충격을 보다 「스무드」하게 넘길 수 있는 경제체질의 재정비 강화도 장기적인 「비전」에서 역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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