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영구 인하, ‘마중물’만 퍼내는 게 아닐까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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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기자] 우문우답(愚問愚答). 백화점이 세일을 하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을 낮춰줘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서다.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어나는 당연한 자본주의 논리를 깔고 있다. 실제로 세일 기간에는 대개 평상시보다 매출이 늘어난다.

10일 국회에서 통과된 취득세 영구 인하도 같은 효과가 기대된다. 주택시장에 드리운 미세먼지가 한 꺼풀 벗겨졌기 때문이다. 국회에 발목 잡혀 있던 8ㆍ28대책의 실행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없어졌다. ‘국회에서 처리 안 되면 어떡하나’하는 불안감도 제거됐다.

취득세 인하는 논란의 여지 없이 거래 증가로 이어진다. 그 동안 취득세 인하 시기마다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취득세 인하가 1년간 적용된 2011년의 경우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가 70만여 가구로 2009년이나 2010년보다 20% 가까이 증가했다. 그 해 아파트값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2.8% 올랐다.

올해도 8ㆍ28대책 때 정부가 취득세를 인하키로 하면서 이미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났다. 거래량이 그 전보다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이제 확정됐기 때문에 취득세 인하에 따라 거래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취득세 인하 확정을 기다려온 수요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취득세 인하로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든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단서가 너무 많다.

세일 기간에만 매출이 크게 늘고 세일이 일상화되면 효과가 떨어지듯 취득세 영구 인하도 마찬가지다. 시한을 두면 그 기간에 거래가 몰리지만 언제든 싸게 살 수 있다면 굳이 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취득세 인하가 대기 중인 수요를 끌어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기 수요의 구매시점을 앞당기는 것으로 끝난다면 시장 회복이나 활성화라고 볼 수 없다. 조삼모사 식의 착시효과일 뿐이다.

취득세 인하가 새로운 주택수요를 창출해야 거래 활성화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는 것이다. 취득세 인하로 주택 구입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은 펌프에 마중물을 붓는 셈이다. 마중물만 나오고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가계 대출, 소득 대비 비싼 집값 등 부담

마중물이 물을 끌어올리듯 취득세 인하가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다른 조치의 시행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땅 속에 물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게 경기다. 경기가 살아나 구매력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땅 속에 물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요즘 주택수요층은 대출에 짓눌리고 소득이 별로 늘지 않는데 목돈을 쓰기가 부담스럽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올 6월 기준으로 980조원이다.

금융위기 이후 서울ㆍ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지긴 했지만 소득 대비 집값은 아직 높다. 서울 중간 수준의 평균 주택가격이 서울 중간 소득가구의 연소득의 9.4배다. 주택시장 침체를 가져오는 집값 하락을 원치 않는다면 소득이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취득세 인하의 마중물 효과로 거래시장이 좀 나을 것 같지만 그 이후의 시장은 가계 호주머니 사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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