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행 막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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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은 이달에 또 한번 우주인을 달로 보냈다. 이번의 「아폴로」는 과거보다 월면에서의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우주인들은 월면에 『인간이 1972년12월에 첫 우주개발을 끝냈다』고 쓴 팻말을 두고 돌아왔다고 한다.
몇 년 동안의 우주개발을 보고 나는 느낀 점이 많다. 처음 시작할 때는 반대한 사람이 많았다. 나도 반대의견에 동감했다. 지상에는 급한 문제가 너무 많은데 어떻게 그 막대한 예산을 우주개발을 위해서 허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후로 찬성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힘을 모아 용기를 내어 이러한 거대한 모험을 하는 것은 정말 인간답기 때문이다. 이 모험은 역사의 위대한 개척자와 탐험자의 전통에 속하는 것이다. 만일 「마젤란」(Magellan)과 같은 사람이 세계 일주를 먼저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현재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즉 큰 목적을 위해서는 있는 힘을 다 집중해야만 된다는 것이다. 역사 가운데는 개척자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 나는 「미켈란젤로」(Michelangelo)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자기 시대의 일반적 목적을 초월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경제적인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좀더 안락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있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이 세상에서 편하게 지내는 것을 포기하며 위대한 정신적 개발을 위해서 자기의 모든 능력을 바쳤다.
현대인들은 이러한 위대한 모험을 보고서도 놀랄 줄 모른다. 우리는 큰 숫자와 범위가 넓은 일에 너무나 쉽게 습관화된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달로 갈 때도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우주개발뿐만 아니라 세가 인구 팽창 문제에 대한 엄청난 통계를 볼 때도 놀라지 않는다. 그리고 월남전쟁이 지금 25년 이상이나 오래 된 비참한 비극인데도 우리는 이러한 마비상태를 깨뜨리지 않는다.
이번에 달여행을 마지막으로 간다고 해서 그런지 나는 다시 한번 그 놀라운 모험적인 위대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분명히 배울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우주여행이 마지막이라고 하는 것은 왜 그런지 듣기 이상하다. 어떻게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난다. 옛날에도 「마젤란」이 첫번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온 다음에 『개척이 끝났다』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미국을 개척할 때도 「로키」산까지만 가서 끝났다고 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제한된 이상만 가지고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주개발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있는 힘을 다모아 끊임없는 싸움을 해야 될 것이다.
경제적 발전이나 편안하게 사는 목적은 둘째 문제이다. 그보다 먼저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서, 인간생명의 가치를 위해서 보다 넓은 이해와 생활의 의미를 찾아 모험적인 노력을 해야된다. 이것은 위대한 사람과 위대한 국가의 길이다. 박대인(감리교신대교수·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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