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일본상품 불매「캠페인」 크게 번질 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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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팽창 일로의 일본경제가 동남아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현재 태국에서 대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벌이고있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현지의 신문들을 비롯한 지식층의 광범한 지지를 얻어 크게 번질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이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전국대학생연맹은 11월20일부터 30일까지를 일본상품 불매운동기간으로 설정, 태국 국민들에게 국산품 애용을 당부하고 일본 니혼의 간교성을 폭로해서 『황색 「양키」를 추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관계의 필요성을 인식, 폭력을 원치는 않으나 만일 『도둑이 들어 왔다면 이들이 도망가거나 도둑질을 하지 않을 때까지 싸워야 할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로 반일감정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 운동이 표면화하게된 직접적 동인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일본 상품의 광범한 침윤에 대해 피부로 느끼는 반감의 누적에서 온 것만은 틀림없는 듯 하다.
태국의 시장엔 거의 생활 필수품화 한 가지가지의 일본 상품이 범람, 지배하고 있다. 또 요지에 나날이 들어서는 신축「빌딩」, 「매스컴」을 통한 광고상품은 거의 일본계다. 뿐만 아니라 태국은 작년도 대일 무역에서 2억5천만「달러」의 역조를 보였고 이 추세는 더욱 심화할 전망을 보이고 있다. 즉 표면적인 태국의 경제번영=실질적인 일본의 경제잠식이라는 등식을 자각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 「캠페인」에 대해 태국정부 당국은 대체로 묵과하고있는 형편이다. 단지 학생들이 국가경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찬양할 일이지만 「데모」등 과격한 배일운동으로 대일 국교 관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 것을 당부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현지의 일본 실업자들은 이러한 불매「캠페인」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 「싱가포르」나 「인도네시아」에로의 투자전환 등을 신중하게 모색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정부의 입장도 아직은 「기다려보는」자세다. 태국 정부가 학생들의 행동을 적극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시사가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어떤 긴급한 문제가 발생하리라고는 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타 동남아제국에도 이 같은 종류의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가, 또 파급되지 않을까를 우려하면서 세심한 진단을 하고있는 모양이다.
아뭏든 이번 태국의 일본상품 불매「캠페인」은 「이코노믹·애니멀」로 알려진 일본 경제세에 대한 동남아 경제후진국의 최초의 조직적, 「자위적」저항을 의미한다. 그런 뜻에서 이번 「캠페인」의 전개·귀결의 양상은 동남아 전역의 경제기류에 영향을 미칠 「모델·케이스」가 될 것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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