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지의 신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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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서독사이의 얼음은 이제 깨어지고 말았다.』
「브란트」서독수상의 감격적인 표현이다. 동·서독의 「기본조약」이 몰고 올 「유럽」의 봄을 그는 성급히 이렇게 노래(?)한 것이다.
바로 그 가조인이 이루어지던 날자(8일)의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지는 재미있는 만화 한가을 심고 있다.(본지 3면 참조) 「브란트」의 감격적인 그 말을 꼬집은 풍자이다.
「브란트」는 『해빙』을 알리는 「피키트」를 들고 얼음장 위에 서 있다. 그의 한발짝 앞엔 어느새 얼음장이 깨어지고 그 사이로 시퍼런 풀이 흐른다. 그러나 이 웅덩이를 바라보는 「바르셀」(기민 당수)은 『익사주의』라는 「피키트」를 몰고 마주 서 있다. 「브란트」 의 『해빙』으로 『하나의 독일』은 빠져죽게 되었다는 익살이다.
비단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지뿐 아니다. 그 신문을 포함한 서독의 권위지 「디·벨트」등 「악셀·슈프링거」계 신문들은 한결같이 「브란트」의 「기본조약」정책을 맹타하고 있다. 이것은 이미 60년대부터 일관된 주장이지만, 이번엔 그 어느 때보다도 현명한 반론을 들고나섰다.
말하자면 전세계가 안도의 긴 숨을 내쉬고 있는 그 문제에 대해서 「수프링거」계 신문들만은 선명하게 일관된 주장을 지키고 있다. 이 시대의 조류 속에서 그것은 분명 이단의 주장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세계가 온통 환호하는 그 일에 한의도, 주저도 없이 너무도 뚜렷한 「반대」를 고수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프링거」계의 「양식」으로는 이단은 자신이 아니라 오히려 그 무상한 변화에 적응해 가는 외부의 표정들이다.
「슈프링거」는 다만 60년대부터 확신을 갖고 지켜온 자신의 주장을 반복했을 뿐이다. 또한 그것을 더욱 뚜렷하게 해명했을 따름이다.
심지어는 「디·벨트」지와 같은 「슈프링거」계의 대표지는 「기본조약」은 「브란트」의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동독의 선물이라고까지 비난한다.
이것은 「변화시대」의 「변화」를 거부하는 「갈릴레오」적 사고와 같은 것이다. 「지동설」을 믿고는 그 시대적 분위기를 따라갈 수 없었던 상황 속에서도 『E Pur Mouve』(그래도 지구는 돈다)를 외친 「갈릴레오」였다. 「슈프링거」는 바로 그 신념과 의지를 고독하게나마 외친 것이다.
오늘처럼 세계의 모든 상황이 현란하게 변화하는 속에서 어제의 신념과 주장은 실로 믿을 수 없고 무가치하게 되었다.
현대의 외교는 이처럼 망각의 기교이며 또 연속인가. 확신과 신념을 생명으로 여기던 고전적 정치이념은 오늘의 세계외교에선 동화적 환상인가. 「슈프링거」계는 바로 그것을 회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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