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설계자 4인 공개 … 거점은 호남·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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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8일 새정치 추진위 공동위원장 등을 소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계안· 김효석 전 의원, 안 의원,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 윤장현 광주비전21 이사장, 송호창 의원. [김형수 기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8일 반상(盤上·바둑판) 위에 ‘네 개의 돌’을 깔고 내년 지방선거 대국(對局)을 시작했다.

 안 의원은 8일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새정치위) 공동위원장으로 박호군(66·인천) 전 과학기술부 장관, 윤장현(64·광주) 광주비전21 이사장, 김효석(64·전남 장성)·이계안(61·경기도 평택) 전 의원을 임명했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위를 통해)훌륭한 인재를 공개적으로 모시겠다 ”고 말했다. 위원회 대변인으로 발탁된 금태섭 변호사는 “새정치위는 정치혁신과 지방선거를 위한 실무조직으로, 신당 창당을 위한 로드맵을 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위원장단이 마치 지방선거 스카우트 역할을 할 것처럼 말했지만 오히려 이들은 플레이어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호남과 수도권을 신당의 승부처로 삼겠다는 안 의원의 뜻이 반영돼 있는 인선이란 평가다.

 민주당 3선 의원 출신의 김 위원장은 전남지사 후보군에 올라 있다. 현대차·현대카드·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출신의 이 위원장은 민주당 시절부터 서울시장을 노크해 왔다. 윤 위원장은 그간 안철수 신당의 광주시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여기에 노무현정부 첫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박 위원장이 합류했다. 장관을 지낸 뒤 인천대 총장(2004~2008)을 한 박 위원장은 이명박정부 때인 2008~2010년 인천녹생성장포럼 대표를 지내는 등 주로 인천을 거점으로 활동했고, 출생지까지 인천이라 인천시장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안 의원은 회견 도중 “지방선거에 책임 있게 참여한다는 대원칙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책임 있는 참여’와 관련, 금태섭 대변인은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후보를 내겠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4명의 출마가 거론되는 지역의 광역단체장은 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강운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다.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 광역단체장 가운데 박·송 시장은 재도전이 거의 확실한 ‘상수’에 가깝다. 광주는 현 강운태 시장에 이용섭 의원 등이 도전할 태세다. 전남도만 박준영 지사가 세 번 연임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새로 후보를 내야 한다. 후임으론 박지원·이낙연·주승용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수도권과 호남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후보 간 ‘혈투’가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관건은 안철수 신당이 서울에 후보를 낼 것인지 여부다. 지난 2010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안 의원이기 때문이다. 그간 박 시장은 여러 차례 “다음 대선에 출마하진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박 시장의 이런 발언은 안 의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돼 왔다. 안 의원과 대선후보를 놓고 경쟁하지 않을 테니 서울시장 연임을 도와달라는 메시지 아니냐는 거다. 그러나 안 의원으로선 이날 인선을 통해 여차하면 서울에도 후보를 낼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이 경우 박 시장의 우세로 평가되던 서울시장 선거구도는 예측 못할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당장 민주당에선 견제구가 나왔다. 박용진 대변인은 “야권의 분열이 여당 좋은 일만 시킬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안 의원이 지금은 세게 나가지만 지방선거에서 한 자리라도 얻으려면 결국 민주당과 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을 했다.

 그러나 금태섭 대변인은 통화에서 “야권이 뭉쳐서 최근 한 번이라도 새누리당을 이긴 적이 있느냐”며 ‘야권 분열론’을 반박했다. 그는 “인적 쇄신이 곧 정치 쇄신”이라며 “민주당과 언젠가 함께할 거라고 정해 놓으면 우리가 민주당을 비판할 수도 없고, 비판 없이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가”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은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고 혹평했다. 유일호 대변인은 “각 당에서 탈락한 정치지망생들이 모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조급함과 준비부족이 뒤엉킨 개문발차”라 고 깎아내렸다.

글=강인식·이윤석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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