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에 지병 자 많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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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당신의 건강을 살피시오. 건강이 괜찮으면 하느님에게 찬사를 보내고 깨끗한 양심에 버금가는 재산으로 여기시오. 건강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제2의 축복, 돈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17세기의 영국인「아이작·월튼」이 한 이 말은 그러나 위대한 일을 한 사람의 필수조건은 아닌 것 같다.
1955년「드와이브·아이젠하워」와「린든·존슨」은 큰 심장병을 앓았다. 1931년「프랭클린·루스벨트」는 고혈압 증세가 있고 약간 이상한 심전도를 공개했었다.
지병이 하나쯤 있어야 사람은 천명이 다하기 전에 서둘러 큰 일을 한다고 말하는「시닉」 들도 있다.
「히포크레테스」이래 건강이 제일이라고 그들은 소신껏 말해오지만 인류사의 거물들은 불행히도 권투선수들처럼 건강하지는 못했다. 권투선수「월튼」은 양복점을 하면서 수필을 쓰다가 50세에 은퇴, 여생을 낚시와 독서로 보냈는데 90세를 살았다.
영국 양심의 대변자요, 젊은 세대의 우상이 된「조지·오웰」(동물공원),『「채털리」부인의 사랑』으로「유명한「D·H·로렌스」등 많은 작가는 폐병과 죽음의 경주를 하는 동안 불후작품도 쓰고 시대양심의 증인 노릇도 했다.
「러시아」근대화에 앞장선「피터」대제는 53세로 그것도 나쁜 병을 앓다가 갔다.
「피터L 대제와 같은 병(시필리스) 을 앓은「니체」·「슈베르트」의 예술작품이 너무나 감 미로와 그 병이 예술창작에 자극제가 된다는 속설이 19세기에는 나돌기까지 했다.
작가의 정신이상·「노이로제」증세를 연구한「라이오넬·트릴링」은 정신이상이 곧 창작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지만「하이네」·「지드」·「랑보」도 모두 병색이 짙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해수욕「붐」을 20세기에 몰고 온 것도 알고 보면「지드」·「카뮈」폐병환자들이 예찬한 일광욕의 미덕이 부유층에 보급되면서부터다.
한편 남자는 병이 있어야 큰일을 한다는 가정 못지 않게 여자는 예쁘거나 아니면 아예 못생겨야 창작 등 이름을 남기는 활동을 해낸다는 속설이 아직도 살아 있다.「콜레」「나탈리·헤르젠」「아이스·닌」등 한 때 문단을 휩쓴 여자들의 미모는 소문난 것이었고「메어리·매커시」의 젊었을 때 미모는 대단한 것이었다.
30대의「보바르」는 요즘 미국평론계에서 용 명을 떨치는「수잔·손태그」만큼 예뻤고「레베카·웨스트」「캐더린·앤·포터」는 모두 내심으로「조르지·상드」만한 염문을 피울 실력이 있다고 믿는 재색이 겸비한 여류들이다.
그러나 못생기려면 아예 못생겨야 한다.「거트루드·스타인」은「빅토리아」왕조의 과 부상이었고「애미·로웰」은 철저히 살이 쪘고「아이리스·머독」은「불독」같은 표정을 책표지에 내걸고 있다. 【EPS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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