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투란도트』공연을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립「오페라」단에서는 제14회 공연으로 「풋치니」의 마지막 대작 『투란도트』(전3막5장)를 연3일(10월15일∼17일) 서울시민회관 무대 위에 펼쳐주어 큰 주목을 끌었다. 이남수 지휘·오현명 연출에 의한 이번 공연은 대체로 두 가지 각도에서 큰 의의와 가치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때늦은 감은 있으나 『투란도트』는 이번이 국내 초연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이러한 손대기 힘든 대규모 작품을 시도해 봄으로써 본격적인 「그랜드·오페라」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주었다는데 있다. 여기에 아울러 박노경 김복희 황영금 이경숙 안형일 신인철 김금환 이인영 강용섭 김은경 조태희, 그밖에 국내 기성중견의 성악인들을 총망라한 느낌을 주는 출연자의 비중으로 보아 한국「오페라」의 능력과 소지를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데에 또한 의의가 크다.
1백50명이란 출연자의 양적인 면도 있지만 이번 공연은 한마디로 호화찬란한 무대구성으로 압도적인 양감을 조성해 준 것만은 사실이다. 유창하게 잘 닦아진 노래에, 화려한 장치와 의상, 그리고 웅장한 합창의 긴박감 있는 「볼륨」, 여기에 무리 없는 무대처리로 공간의 「밸런스」를 잡아간 연출 등 극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스펙터클」하게 전개해 주었다.
물론 세부적으로 미비와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오페라」의 전설적인 소재와 「멜러드라머」적인 성격으로 보아 환상적인 면이나 상징적인 면을 곁들였으면 하는 생각과 표면의 극적인 변화가 크지 못한 대신 내부의 심리변동이 큰 것을 감안, 좀더 액션이 강했으면…이를테면 제1막의 끝 장면 「칼라프」왕자가 사랑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징을 치는 절박한 분위기, 제2막 2장의 수수께끼를 푸는 장면, 제3막 1장의 「칼라프」의 사랑에 눈뜬 「투란도토」공주의 표정의 변화 등이다.
관현악이 무대(노래)를 억누른 경향은 여전하고 이따금 노래와 관현악이 유리되는 경우. 그리고 우리말 번역의 발음이 좀더 명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출연자는 역시 경험과 연륜으로 익숙한 동작과 광휘성 있는 노래를 들려주었는데 특히 열기와 박력을 보인 안형일·박노경·김복희·이경숙·김금환 등이 호연, 그리고 김은경이 유망.
여하간 이번 『투란도트』공연은 의욕적인 기획, 그리고 초연으로서의 성공은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김형주 음악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