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으로 향한 서구의 대행진|확대EC 정상회담의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유럽은 이제 확실한 통합의 궤도를 잡은 것 같다. 내외의 숱한 도전과 시련 속에서도 유럽은 유럽합중국이라는 구원의 이상을 향해 결코 서두르지도 또 좌절되지도 않으며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19·20 양일간 파리에서 열렸던 확대 EC 9개국 정상회담은 이러한 유럽의 이상의 이상과 노력을 재확인했다. 이제 유럽통합의 정치적·경제적 진전과정을 살펴보자.

<경제적인 면>미와 소 블록 맞먹는 광역권|77년까지 EFTA와 통합하면 세계무역의 반 차지|자본·노동·생산 자유이동을 목표
유럽의 경제적 통합은 뚜렷한 비전 아래 착실히 진전되고 있다.
21일 개막된 확대 EC정상회담에서도 경제통합에 대한 공통이상이 거듭 확인되고 실행 「스케줄」이 합의되었다.
즉 80년까지 경제 및 통화동맹을 이룩한다는 목표아래 (1)유럽통화협력기금(EMF)을 73년3월까지 설치하고 (2)73년4월부터 EEC지역개발기금을 창설하며 (3)74년부터 경제통화동맹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또 유럽이 당면한 「인플레」문제 등에 공동대처하고 EC회원국들의 경제정책을 같은 방향으로 접근 조정한다는 데도 합의되었다. 유럽은 58년 EEC의 발족을 초석으로 통합의 노력을 꾸준히 추구해왔으며 궁극적으로 유럽단일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EEC의 발족으로 구체화된 유럽통합의 이상은 그 동안의 혁혁한 EEC의 발전으로 일단 기반이 굳어져 이제 다시 2단계목표를 향해 출발하게된 것이다.
EC는 명년1월1일부터 영국·덴마크·「에이레」가 신규로 가입, 9개국 확대EC로 발전된다.
확대EC는 인구 2억5천만명, GNP(국민총생산) 6천3백83억「달러」, 수출 1천3백10억「달러」, 수입 1천3백45억「달러」로서 미국 및 동구권과 버금 하는 강력한 광역경제권을 형성하게될 것이다.
또 확대 EC 9개국과 잔여 EFTA(유럽자유무역지역) 6개국은 명년 1월부터 「공산품에 관한 자유무역지역협정」에 의해 단일 통상권을 이룩하고 77년7월까지는 무관세지역을 형성토록 되어 있다.
서구를 양분하던 EEC와 EFTA가 명년부터 통합준비단계에 들어가 77년7월부터는 북구로부터 「포르투갈」에 이르는 서구전역이 무관세단일통상국으로 되는 것이다. EC와 EFTA를 합치면 총인구는 3억, 연간 교역량은 3천1백억「달러」로서 세계무역의 약 절반을 점하는 막강한 경제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유럽은 공통역사, 공역문화의 북경과 비슷한 경제 수준의 이점 위에서 통합의 이상을 공동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통합의 구심력역할을 EC가 하고 있으며 이번 확대 EC 9개국 정상회담도 그러한 목적의 실행방법에 촛점을 맞춘 것이다. 확대 EC는 궁극적인 정치통합을 경제·통화 통합으로부터 접근하려 하고 있다. 정치통합에 대해선 아직 이견을 보이고 있으나 80년까지 완전한 경제·통화통합을 이룩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EC는 이미 통화문제에 있어선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 공동보조의 폭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통화통합은 경제정책의 조정에서부터 출발해야하는데 EC각국은 이미 중단기 경제정책·예산·관세·환율 등에서 서론 보조를 맞추고 있다. 물론 유럽이 80년까지 경제통합을 이룩하기까진 내부의 상충되는 국익과 또 EC의 배타적 독주를 우려하는 미·일 등 외부의 도전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의 완전한 자유이동을 보장하는 경제통합이 유럽공동번영의 첩경이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유럽이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예상되는 내외시련은 이제까지 추구해온 이상으로써 충분히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최우석 기자>

<정치적인 면>미·소·중공 이은 「제사극」형성|군사면서의 여전한 미국의존으로 열세는 불가피|완전한 정치통합까진 난관 많아
19, 20일 이틀동안 파리에서 확대 EC(구주공동체) 9개국 수뇌회의가 열려 구주연맹으로 단합하기로 합의, 『대구주』의 청사진을 토의했다. 이는 최근 미·중·소에 의한 3극 구조에 이은 제4극을 향한 태동이라 볼 수 있다.
전후 황폐한 소국분립의 구주에서 이처럼 대구주의 꿈을 갖게된 것은 경제공동체(EEC)의 발전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EEC는 이미 「아프리카」 지중해 「카리브」해 연안국과 배타적인 지역연합협정을 맺고 거대한 경제권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거인 구주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합구주를 이루기에는 많은 난점이 가로 놓여있다. 물론 이번 회의가 「퐁피두」 「프랑스」대통령이 밝혔듯이 『구주의 역사적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는 됐지만 각국의 정치·경제적 이해를 초월하여 실질적 성과를 얻어냈다고는 보기 힘들다.
이번 회의에서 성과라고 한다면 구주통합을 위해 최선책을 『연구』하는데 합의한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EC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프랑스의 국가주의는 영국의 가입에 따라 서독과 함께 삼각관계로의 이행과정에 들어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영국은 프랑스의 독주에 불안을 느낀 서독·화란으로부터의 영국에 대한 기대를 역이용, 덴마크와 「에이레」등 구EFTA(구주자유무역연합)의 맹우들을 등에 업고 EC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노력하리라는 것은 능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또 EC는 강력한 경제권을 이루고는 있으나 이 경제권이 아직도 미국과 밀착돼 있을 뿐더러 군사적으로는 거의 완전히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강력한 보호주의적 색채를 띠어 가는 EC의 경제정책에 대한 미국의 압력을 손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도 군사력의 취약에 따른 정치적 결정권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확대 EC는 관세동맹·공동농업시장·통화동맹 등 경제문제의 통합에 만열을 올릴 뿐 정치·군사면에 대한 토의는 뒤로 처지고 있다.
또 EC의 태도는 아랑곳없이 소련은 구주안보회의를 추진하는가 하면 미·소는 구주를 젖혀놓고 전략무기제한회담(SALT)의 두 번째 단계에 접어드는 등 정치적으로는 미·소에 비해 열세에 있다.
그러나 아직 정치·군사적으로 EC가 거인으로서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미·소에 대해 커다란 압력요소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경제 「블록」으로서의 EC는 세계 제1의 무역국인 미국에 강력한 경쟁상대로 등장했는가 하면 소련에 『통합구주』란 환상적 거물은 『독일제국』 못지 않은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면 중공은 EC의 확대를 초대국 지배에 대한 저항으로서 이를 환영하고 있으나 실은 소련에 대한 견제세력으로서의 EC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이런 뜻에서 통합구주의 실현은 정치적으로는 가입국간의 기본입장차이와 이를 견제하는 미·소의 영향력이라는 장애에 부딪쳐 빠른 시일내의 실현은 어두우며 비교적 쉽사리 이해가 일치할 수 있는 경제통합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통합을 지향하는 의지를 이번 정상회담결과 에서 읽을 수 있다. 우선 모색해 나갈 것으로 불 수 있다. <김동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