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의 「파리」비밀 협상|시골집 뒤뜰서 이루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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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키신저」미 대통령 안보 담당 특별 보좌관이 「파리」교외에서 월남전의 타결 문제를 놓고 월맹 대표단 고문「레·둑·토」와 벌이고 있는 비밀 협상은 때로 평범한 시골집 뒤들에서 조용하게 이루어졌음이 밝혀졌다.
행적을 드러내지 않는 밀행 외교를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키신저」인 까닭에 이제까지 그의 행각 현장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말에 있었던 밀담의 현장이 한 「프랑스」인 부부에 의해 우연히 목격됨으로써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르네·조하우」씨는 퇴역한 공장 노동자로서 「파리」교외의 주택가에 살고 있는 평범한「프랑스」인.
『약 3주전 어느 날이었습니다. 11번지의 바로 이웃집 안마당에 있는 벚나무 밑으로 몇 사람이 걸어가는 것을 제 처가 보았읍니다.
그리고는 나에게 「저 중의 한사람은 꼭 「키신저」라는 사람 같다」고 말했읍니다.』 이렇게 설명한 「조하우」씨는 「타르트」가 13번지에 있는 그의 집 대문 안에 서서 굳게 「셔터」를 내린 이웃집을 가리켰다.
「키신저」의 사진을 「텔레비젼」은 물론 「르·피가로」지상에서 익히 보아 왔던「조하우」씨는 아내와 함께 나가 보았다. 『뒤뜰에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키신저」씨 였읍니다.
그는 그 집에 살고 있는「베트남」인 몇 몇과 함께 있었읍니다. 「키신저」씨와 눈이 마주친 제 아내가 「봉주르」(안녕하십니까)하고 담 너머로 인사를 하자 「키신저」씨도 「할로」(안녕)하고 답례를 해 왔읍니다.』
이렇게 어쩌면 「세기의 대화」가 될지도 모를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조하우」씨 부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으나, 이것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조하우」씨 말대로『아직도 「베트남」사람들이 그 집을 내왕하긴 하지만 그 이후 다시는 「키신저」씨를 보지 못했다. 아마도 비밀 회담은 딴 곳으로 자리를 옮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하우」씨가 보았다는 장면은 9월26, 27일 양 일간 「키신저」보좌관이 「레·독·트」월맹 측 고문 및「수안·투이」수석 대표와 더불어 제18차 비밀 회담을 가진 시기와 일치한다. 정확하게는 그 첫날, 즉 26일의 현장이다.
동시에 이 회담이 있은 며칠 뒤 영내의「더·타임스」지가 『미국과 월맹은 월남전 종전에 관해 「개별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한 그 회담이며, 「닉슨」미국 대통령이 『 「하노이」측과의 비밀 협상은 「민감한 국명」에 들어갔다』고 기자 회견에서 언급한 것도 바로 이 회담 며칠 뒤의 일이다.
아무튼 조용한 「타르트」가 11번지는 역사적인 월남전 협상이 벌어진 집으로는 보이지 않는 곳이다.
이웃한 수천 개의 가옥들과 조금도 구별되지 않는 집으로 붉은 돌로 지은「로코코」식 건물이다. 그러나 반면에 「타르트」가는 회담 장소로서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이점을 주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또 등잔 밑이 어둡다는 혀를 찌르는 장소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곳은 월맹 대표단 본부에서 불과 4구간밖에 안 떨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조하우」씨는 이웃집의 월맹 외교관들에 대한 논평까지 자진해서 곁들인다.
『그들은 완전히 훌륭한 이웃입니다. 그들은 곁코 이웃을 엿보거나, 시끄러운「파티」같은 것을 열지 않으니까요.』 <지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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