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특위 출범 앞둔 여야 '장성택 아전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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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성택 실각설’의 여진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장성택 실각설이 안보에 심각한 문제라는 데는 인식이 같았지만 접근 방식은 아전인수식이었다.

 새누리당은 ‘장성택 실각→강경파 득세→국정원의 대공수사 축소 불가’의 논리를 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장성택은 북한 내에서도 개혁·개방을 주도한 인물로, 실각이 사실이라면 강경파가 전면에 나서 공포정치와 대남 선전선동을 강화할 것”이라며 “북한 내 권력 다툼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에 저해가 되거나 대공 수사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장성택 실각설에 대한 정부의 혼선이 오히려 안보불안 심리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여기엔 국정원의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성택의 소재를 알고 있다”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발언과 “소재를 알고 있지 않다”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엇갈린 발언을 문제삼아 정부가 설익은 정보를 흘리고 있는 이유는 국면전환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백군기 원내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 국정원이 장성택 실각 가능성을 발표해 마치 북한의 급변 가능성이 있는 듯 온 나라가 이틀간 들썩였다”며 “정보기관이 특정한 목적을 갖고 정보를 공개해 오히려 안보 불안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여야의 해석과 접근이 다른 이유는 신설될 국정원 개혁 특위에서의 주도권 다툼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특위’(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안을 통과시켰다.

 재적의원 가운데 234명이 투표해 198명의 찬성으로 안건이 가결됐다. 반대는 7명, 기권이 29명 나왔다. 민주당에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새누리당 내 강경론을 반영하듯 기권·반대표는 대부분 새누리당 의원들이었다. 특히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과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내용을 처음 공개한 정문헌 의원, 탈북자 출신 조명철 의원, 군 장성 출신인 송영근·정수성 의원, 검사 출신 김진태 의원, 그리고 이채익 의원 등 7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새누리당은 특위 활동을 ‘대공 수사와 정보 수집 강화’에 두고 있지만, 민주당은 ‘정치 개입 차단과 예산 통제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남재준 국정원장의 현안보고가 예정돼 있던 국회 정보위는 하루 연기됐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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