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 신수(10)를 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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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6강전>
○·구리 9단 ●·안성준 5단

제 1 보(1~10)=안성준 5단과 구리 9단. 무게감에 너무 차이가 나는군요. 안성준은 한국랭킹 15위. 만 22세의 신예지만 국제무대에선 무명이지요. 32강전이 열린 상하이에서 안성준에 대해 묻는 중국 기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32강전에서 창하오 9단을 격파하자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창하오는 한물갔다고는 하지만 중국 바둑의 전설이거든요.

 11월 8일,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유성 삼성화재연수원에서 안성준은 구리와 마주 앉았습니다. 안성준은 정말 행운아군요. 생전 처음 나선 세계대회 본선에서 창하오에 이어 구리까지, 중국의 전설들만 상대하고 있습니다.

 돌을 가려 흑을 쥔 안성준이 우상 소목에 첫 수를 둡니다. 상큼한 오전이네요. 16강전 8개 대국이 거의 동시에 출발하면서 초시계가 재깍재깍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바짝 다가선 7의 협공은 최신 유행입니다. 이 수를 보면 문득 다리에 착 달라붙는 통 좁은 바지가 떠오르는 것은 웬일일까요. 9도 최신 유행이지요. 이 수는 ‘참고도 1’ 백1에 대해 흑2로 두려는 준비 동작입니다. 이후 가장 모범적인 수순을 보여 준다면 흑6까지가 되겠지요. 그러나 ‘참고도 1’은 백엔 약간 불만입니다. 흑이 4와 6 양쪽을 두고 있고 무엇보다 이게 흑의 주문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참고도 2’ 백1 같은 수들이 시도되고 있고 자고 나면 새 변화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구리는 10으로 뒀습니다. 처음 보네요. 구리가 신수를 뒀습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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