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의 反 금병매] (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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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삼촌정 곡수피' 못난이 무대에게 시집을 가게 된 금련은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무대는 얼마나 허약한지 나이 마흔이 되지 않았는데도 잠자리에서 남자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아무리 키가 작고 생김새가 볼품이 없어도 밤에 남자 구실만 어느 정도 해낸다면 여자에게서 사랑도 받고 존경도 받을텐데, 낮에도 '삼촌정 곡수피'요, 밤에도 '삼촌정 곡수피'니 금련의 한숨은 더 깊어만 갔다.

"유연입신지본 좋아하네. 적어도 밤에는 유연해서는 안 되지."

비록 예순 노인이 금련을 파소(破素)시키긴 하였지만, 노인의 손길은 금련의 몸속에 도도히 흐르고 있던 욕정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하였다. 무대가 금련의 몸 속으로 들어오려고 애를 쓰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제풀에 쓰러지고 나면, 금련은 장대호의 애무가 한없이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그런 날 밤이면 금련은 가만히 비파를 끌어안고 뒤뜰로 나가 우물가 버드나무 밑에서 장대호 저택 쪽을 바라보며 '산파양(山坡羊)' 곡조를 연주하였다. '산파양'은 산비탈에서 헤매고 있는 양이라는 뜻으로 금련 자신의 신세를 빗대고 있는 셈이었다.

까마귀가 어찌 봉황의 배필이 될 수 있는가.

내가 흙 속에 묻힌 금이라면

내 남편은 구리덩어리에 불과하네.

금과 구리의 색을 어찌 비교할까.

돌덩이 같은 내 남편이 양처럼 부드러운 내 몸을 안다니

그 사람 복도 많지.

하지만 무대는 그 복을 제대로 감당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금련이 왕초선네에서 배운 방중술을 다 써보아도 무대는 큰 힘을 쓴다는 이름과도 달리 무대(無大)일 뿐이었다.

금련과 무대가 신혼 살림을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장대호가 드디어 발길을 무대 집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무대가 호떡 판을 들고 거리와 시장으로 나간 사이에 장대호가 아내 몰래 금련에게로 건너왔다. 무대가 신혼 살림을 차릴 때도 장대호가 제법 많은 돈을 그에게 쥐여주었는데, 그러고 보니 장대호는 무대의 손을 빌려 자기 신방을 차린 것이나 진배없었다.

욕정에 눈을 뜨기 시작한 금련은 장대호의 방문이 반갑기는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주인 마님 여씨에게 또 발각되면 어쩌나 늘 가슴이 두근거렸다. 장대호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자기 집에서 금련을 안을 때보다는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집에서는 금련을 안고 나면 여러 가지 병증이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입술이 조금 틀 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하루는 무대가 보통 때보다 일찍 호떡을 다 팔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안방에 장씨 어른이 와 계세요."

딸 영아가 무대를 맞으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그럼 어르신께 문안을 드려야겠구나."

무대가 호떡 판을 마루에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영아가 무대를 가로막았다.

"아버지는 그리 눈치가 없으세요? 장씨 어른이 왜 왔겠어요? 새엄마 보러 왔지. 전에도 아버지가 장사하러 나가면 장씨 어른이 왔다 가곤 했어요. 장씨 어른과 새엄마는 우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뿐이에요."

"그래도 그런 말 하면 못 쓴다. 나 다시 호떡 팔러 갔다 올게."

무대가 주섬주섬 마루에 놓인 호떡 판을 도로 집어들었다.

"아버지, 아버지, 호떡 판에 호떡이 하나도 없잖아요. 무얼 판다고 나가시는 거예요?"

딸아이의 목소리를 뒤로 들으며, 무대는 멍한 얼굴로 시장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그 분은 내 은인이야. 그 분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벌써 굶어죽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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