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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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박두한 추석을 앞두고 추석자금의 공급확대와 추석물가단속을 강화하는 이중대책을 집행하고 있는데 이로써 8·3조치에 묶인 물가문제는 당분간 큰 변화를 일으킬 것 같지 않으나, 통화면에서는 적지 않은 문제 거리를 야기시킬 것으로 보인다.
8·3조치의 사후대책으로 정부는 금융기관여신을 대담하게 확대시키고있는데, 그 결과 지난 8월 한달 동안에 1천2백60억 원의 대출증가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대출증가는 곧바로 통화량증가로 반영되어 전년 말 대비 통화량은 8월말 현재 17.5%나 증가하여 연간통화량증가한도 20%를 거의 소진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여신 및 통화량이 대폭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여전히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며, 특히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의 이 같은 주장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정책당국은 8·3조치 후에 긴급 방출한 2백20억 원의 중소기업자금이 소진됨에 따라서 다시 추석결제자금으로 2백억 원의 중소기업자금을 공급키로 한 것이므로 업계의 주장은 당국에 의하여 일단 인정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하다.
물론 8·3조치로 민간자금유통이 막혔기 때문에 공금융이 전례 없이 확대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민간자금유통규모의 절대치를 확대시켰는지는 의문이라 하겠고,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어느 정도의 공금융 확대가 적정한 것인지를 판단키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연말께가 되면 과잉유동성이 현재화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유동성규제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위에 금융자금의 회전율을 높이고 대출약정기간을 현실화한다는 뜻에서 작년에 정책당국은「텀·론」제를 도입하면서 약정기간이 경과한 대출에 대해서 오는 11월l일부터는 어음 개서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으므로 이 방침이 조정되지 않는다면 연말께부터는 새로운 자금경색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그 동안 IMF와의 협약관계가 미결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므로 국내여신한도 및 통화량증가한도를 IMF당국과 어떻게 타결시킬 것인가에 따라서도 금융사정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오늘의 통화금융정세일반과 그것이 내포한 일련의 문제들을 함께 감안할 때 금융정책이 냉정을 되찾아야 할 필요성은 더욱 절실한 것이라 하겠다.
우선 통화량이나 국내여신증가폭이 지나치게 기복을 보이는 것은 경제운행을 교란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가급적이면 회피해야 마땅하다. 8·3조치의 후유증을 공금융으로 메우기 위해 대출을 급속히 확대하는 것은 그런 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를 다시 유동성규제로 묶는다든지 IMF관계 때문에 축소시켜야 할 정도로 높이는 것은 정상적인 정책운용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는 통화금융정책의 안정성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며 민간이 정책의 안정성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 민간경제활동은 원활해질 수 없음을 직시해야할 것이다. 따라서 당면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추석자금공급문제도 정책의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전제아래 검토되어야 하겠음을 우리는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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