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질환은 스스로 해결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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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7면

몸에 이상이 있을 때 의사의 처방이 필요없는 약(일반약)을 환자 본인이 선택해 복용함으로써 자신의 건강문제를 책임지도록 하는 셀프 메디케이션(Self Medica tion).

이와 관련한 심포지엄이 지난 7일 의료경영전문지 '비즈앤이슈'주최로 대한제약협회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병희 교수는 "셀프 메디케이션은 '내 몸의 건강상태는 내가 더 잘 안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며 "자신의 건강문제를 의료 생산자인 의사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의료 소비자인 자신이 관리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환자가 자신의 건강 이상을 때를 놓치지 않고 찾아낼 수 있는 소비자 교육과 가족.사회적 네트워크(친구.동호회 등)를 통한 의료상담이 이뤄질 수 있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셀프 메디케이션은 제약회사와 소비자가 의사의 개입 없이 바로 연결되는 것이므로 약의 선택과 복용에 따른 책임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이런 의미에서 제약회사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박사는 셀프 메디케이션을 확대하면 의료비용 절감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감기.열.두통 등 세 가지 가벼운 질환(지난해 전체 진료비, 6천1백44억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10%만 셀프 메디케이션으로 대체할 경우 연간 6백14억원의 진료비가 삭감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셀프 메디케이션이 확대되면 환자는 약 구입의 편리성.접근성이 좋아지고 진찰료를 내지 않아도 되며, 시간이 절약되는 장점이 있다"며 "반면 불필요한 투약이나 진단지연, 자가진단 오류, 약 오남용 등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셀프 메디케이션의 확대 실시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또 우리 국민의 의료.건강 수준이 아직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책임지기는 어려운 상태라는 평가도 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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