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중국해 난파선 손대지 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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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바닷속 난파선에까지 이르고 있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남중국해에서 13세기 중국 난파선을 탐사했던 미국의 프랭크 고디오 탐사팀은 “중국 해양경비대가 확성기로 ‘이곳은 중국 영토이므로 나가라”는 경고를 했다고 전했다. 고디오팀은 이후 필리핀 국적의 선박을 타고 재진입을 시도했지만 중국 해양경비대에 적발돼 결국 기대만큼의 탐사를 하지 못했다.

 중국이 외국의 남중국해 탐사에 특별히 민감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 유물에 대한 발굴 작업을 외국 기업에 맡길 수 없다는 중국 정부의 자존심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최근 해안 경비대에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지역에서 이뤄지는 외국의 불법 고고학 탐사 행위를 저지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은 이를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해양 고고학 프로그램에 거액의 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중국 고고학자들을 동원해 이 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도 준비 중이다. 중국 관리들은 난파선 소유권 주장 배경에 대해 “(중국 유물에 대한) 절도와 보물 사냥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현재 세계 유물 시장에서는 약탈당한 중국 유물이 넘쳐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WSJ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두고 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대만·필리핀 등과 영유권을 다투고 있다. 난파선에 대한 소유권 주장은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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