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이사의 계절-집을 사는 요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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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월은 본격적인 이사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대지를 구입해 손수 집을 마련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대부분 가정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기왕 있던 집을 사서 옮기는 것이 보통. 집을 새로 매입할 때 주부들이 탄탄한 가옥을 고르는 요령과 주의 점을 박관우씨(건축가)에게 알아본다. 이사를 할때는 우선 가옥 자체보다도 그 집이 위치한 환경을 조사하는 것이 기본 요령이다. 교통이 편리한 가, 시장이 가까운가를 확인하고 이웃이 건전한가를 살피도록 한다.
이런 조건이 다 좋더라도 침수가 우려되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 대지는 가능한 한 낮은 지역을 피하도록 하는데, 소개하는 복덕방 말만을 그대로 믿지 말고 그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했던 주민에게 상습 침수지역이 아닌가 문의해 본다.
그 다음 기초 공사가 든든한 집인가 아닌가를 진단토록 하는데 방법은 한옥·양옥을 막론하고 집에 들어가 방문을 열고 닫아보는 것이 가장 손쉽고 효과적이다. 그리고 잘 여닫히면 기초 공사가 제대로 된 집임을 알 수 있다.
한옥인 경우 집의 수명은 기둥 굵기로 측정된다. 기둥의 굵기가 30cm 미만이면 그 주택의 수명은 기껏해야 60년 정도다. 한옥은 대청마루의 대들보에 상기 연월일이 적혀있으므로 쉽게 집의 수명을 알아 낼 수 있다. 상량 일자가 적혀 있지 않은 집이라면 대들보를 갈아낼 정도로 집이 상해 있다는 것을 뜻하므로 이런 집을 구입할 경우에는 건물 값은 치지 않도록.
이외에도 한옥은 목재 기둥과 주춧돌이 붙어있기 마련인데 이 기둥이 상해있거나 새로 이어 붙인 흔적이 있는 주택은 재고할 일.
양옥은 안방과 마룻방 사이의 간막이 벽이 약4mm이상 벌어진 경우면 보수가 어렵다. 그리고 집의 동북쪽 외벽이 균열이 심한 경우는 보수가 불가능할 만큼 상해있는 집이다.
집을 파는 측 사람들은 대부분 새로 집을 단장하는 수가 많아 주부들이 집을 선택할 때는 집의 외모에 눈이 쏠리기 쉽다. 그러나 집의 외모나 기초공사 외에도 특히 신경을 써야할 부분은 배수시설과 배선시설이다.
배수시설은 어느 집을 막론하고 부엌「싱크」대나 하수구에 물을 버렸을 때물이 일시에 빠지지 않고 꾸룩 거리는 소리가 나면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배선은 집안의 전기를 모두 끄고 두꺼비집을 살폈을 때 「미터」기의 톱니바퀴가 그대로 돌아가면 누전의 염려가 있다. 이런 때는 집을 옮긴 후 전선을 모두 새로 갈아야 한다.
그 외 기와집은 물매(기와를 이어놓는 경사)가 고르지 못한 경우 대들보가 부러졌거나 휘어졌다는 것을 증명하므로 이 점을 살펴야 한다.
매입을 하건 전세를 들건 간에 건물주가 분명한가 저당 잡힌 사실이 없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등기부 등본은 꼭 열람해야 하며, 도시 계획에 들어있는 지역인가 또 국유지나 시유지가 아닌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토지대장 등본을 떼어보도록 한다.
또 전기료나 수도료 등의 간접세가 밀리지 않았는가도 미리 「체크」하도록 한다. 【박관우(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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