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신고 3,507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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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3 긴급명령에 따른 사채 조정 신고가 어제로써 마감되어 이제부터 그 정리 작업 단계에 접어들었다.
물가 상승을 근원적으로 억제하고 기업 체질을 강화시키며, 나아가서 산업 합리화의 계기를 마련코자 단행된 8·3조치는 경제계로 하여금 새로운 자세 확립을 촉구케 하고 있으며 이미 대한상의 전경련 등 경제계 대표들은 새로운 기업 자세를 확립하겠다고 천명하고 그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번 사채 조정 과정에서 밝혀진 기업 사채는 3천5백억원을 넘고 있어 금융 기관 대환 대상 여신 5천억원의 70%수준일 뿐만 아니라 외채 도착 규모의 40% 수준을 점하고 있어 그것이 국민 경제의 성장에 기여한 바를 결코 과소 평가해서는 아니 될 것 같다. 반면 사채 규모가 예상 밖으로 컸다는 사실은 사채 조정으로 파생될 긍정적 효과도 그만큼 클 것이라는 것을 예시하는 것이라 하겠으며 때문에 우리는 사채 조정으로 이 나라 경제에 새로운 활기가 일어날 뿐만 아니라 기업도 번영하고 그럼으로써 사채권자들의 권익도 궁극적으로 보장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가 충족되기 위해서는 물가와 환율이 장기 안정 추세를 기필 유지해야할 것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거니와 그에 못지 않게 새로운 기업 자세의 확립과 검소한 국민 소비 생활 관습의 형성이 시급하다할 것이다. 또 사채 조정에 따른 일시적 충격으로 위축된 신용 질서가 하루 빨리 정상화되어 명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거래가 이룩되도록 현명하게 유도해 가는 것이 이제부터의 과제라 할 것이다.
우선 업계는 이미 밝힌 대로 기업 운영 자세를 바로 잡고 나아가서 산업 합리화를 위한 자율적 계발을 강력히 추진함으로써 그 동안 국민으로부터 불신 받던 일을 깨끗이 씻어내야 할 줄로 안다. 물론 오늘의 경제 정세 밑에서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짧은 시일 안에 성취시키기 어려울 것임을 우리가 모르는 바는 아니나 모든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획기적인 결단이 절실히 요청됨을 직시하기 바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업계가 지적하는 8·3조치의 보완 문제는 충격의 완화 및 해소를 통한 조속한 정상화라는 각도에서 적절히 취사 선택되어야 할 것임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소액 사채를 적절한 선에서 구제하는 일, 사채의 출자 전환을 간편하게 하는 일, 기업의 합병, 계열화·전문화 추진을 위한 환경 조성 및 지원 체제를 정비하는 일, 과당 경쟁 업계나 부실 기업에 대한 지원을 재고하는 일 등 업계의 보완 건의는 8·3조치를 효과적으로 매듭 짓는데 있어 충분히 참고할만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8·3조치가 성실치 못한 채무자를 결과적으로 보호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기를 바란다. 8·3조치의 궁극적 목적이 기업의 정상화를 통한 안정과 성장의 실현에 있는 것이라면 성실하게 기업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경우에만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성실성을 기준으로 기업을 「체크」하는 방법을 개발해서 모든 기업이 착실하게 경영 개선 실적을 올리도록 유도하는 대신 이에서 이탈되는 경우 8·3조치에서 주어진 이득을 상실시키는 제재 책도 아울러 마련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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