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무들 심야 호소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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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2회 임시 국회는 회기 마지막날인 1일 타성인 의안의 무더기 처리에 나섰으나 장애가 겹쳐 다섯 차례나 본회의 개회 시간을 연기해야 했다.
백두진 의장 사임 안 처리 후유증으로 오전을 허송한 본회의는 두번째로 법사위가 보위법 폐기 법안에 걸려 교착 상태여서 밤까지 사실상 공전.
밤 10시32분에야 16개의 무더기 의사 일정을 올려 본회의를 속개, 「조속 처리」가 강행됐으나 도중 야당의 「브레이크」에 걸렸다.
「이의 없지요로 처리가 진행되던 중 심봉섭 의원 (신민) 이 첫 의사 진행 발언을 얻어 『내용이 무언지도 모르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6개월 동안이나 국회 문을 닫아 놓았다가 회기 마지막날에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항의하고 뒤따라 최형우 의원 (신민)이 나와『법안을 읽어본 사람이 몇이나 있나 말해 보시오. 지금 다루고 있는 신용 협동 조합 법만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마음으로 미룬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3시간 발언하겠다』고 의사진행을 방해. 시간은 촉박하고 통과시킬 안건은 많고 해서 공화당 총무단은 의석을 누비며 호소 작전을 폈으나 심·최 의원, 김경인·강근호 의원 등 야당의 불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장경순 부의장은 「체육 진흥 법안」에 대한 이종남 의원 등 야당 측의 이의를 묵살하고 방망이를 쳐 통과를 선언하고 산회를 황급히 선포.
법사위는 보위법 폐기법안에 걸려 본회의를 묶어놓고 여야 위원끼리 하오 1시부터 6시까지 5시간의 긴 협상을 해야했다.
여야 총무단은 『긴급 안건 심의에 협조한다』는 합의를 봐 법사위에 통고했으나 법사위소속 야당 의원들은 『법사 위원은 바지저고리냐』는 「권리 선언」을 하고 보위법 폐기 법안의 우선 처리를 내세워 다른 안건 심의를 「보이코트」한 것.
공화당은 절충안으로 『보위법 폐기 법안과 비상 사태 철회 요구 결의안은 제안 설명만 듣고 소위에 넘겨 다음 국회서 처리키로 하고 일반 안건을 처리하자』는 절충안을 냈으나 한병채 의원 등은 『9월 국회로 넘기자는 건 사실상의 처리 기피』라고 막무가내.
신민당의 김준섭 부총무까지 나서 야당 내 총무단과 법사 위원의 가벼운 자중지란까지 겪은 뒤 결국 『9월 국회 법사위 선보위법 폐기를 제일 먼저 처리한다』는 다짐을 받고 가까스로 타협.
그러나 밀려 있는 31개 안건은 절반인 16개서 다시 8개로 잘랐다가 제안자의 간청에 못 이겨 13개로 다시 늘려 처리를 서두르던 중 황은환 의원은 『조문을 따지는 법사위가 조문을 훑어보지도 못하고 마구 넘기다니… 보위법 통과 때와 마찬가지다』고 불평해 고재필 위원장은 『앞으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해야 했고-.
진산 당수 출마 반대 성명에 서명한 50명의 신민당 소속 의원들 가운데 『서명한 사실이 없다』 『성명 문 내용이 서명 조건과 다르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속출, 「반 진산 연합」 운동은 복잡하게 얽혀들며 또 다른 파문.
이세규·조홍래 의원은 『「사인」한일 없다. 파벌 싸움엔 상관 않겠다는 것이고 나석호·김이권 의원은 『조건부가 충족 안되었기 때문에 무효』라고 하는가하면 유옥우·박한상 의원은 『유진산·김대중 양극을 배제한다는 조건이 빠졌으니 철회하겠다』고.
초선 의원 친목 「그룹」인 목요회에서도 일부 회원이 「서클」 이름을 빌어 서명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2일 상오「뉴서울·호텔」에서 긴급 회의를 소집, 김정두 의원에게 자진 탈회를 요구하여 시끄러웠다.
각파의 5인 연락 간사가 백지에 서명 받거나 구두로 취지만 말해주고 서명을 받았다는 이「진산 성명」으로 진산계의 충격은 적지 않은 듯.
진산계는 서명 의원들을 개별 접촉하며 진의를 타진하는가 하면 모종의 반격 태세를 준비중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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