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통상「블록」|EEC·EFTA 자유무역협정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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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통상권의 광역화에 의한 공동번영을 끈기 있게 추구해온 서구제국은 지난 22일 자유무역협정에 조인함으로써 그들의 오랜 이상에 다시 한 걸음 다가섰다. 확대 EEC 10개국과 EFTA 6개국이 참여한 이 협정은 서구의 가장 풍요한 지역을 단일통상권으로 묶는 청신호가 되었으며 이 통상권은 인구 3억에 교역량 2천8백억 달러의 세계 최대를 과시하게 되었다.
이러한 단일통상권의 형성으로 서구제국은 미·소 양대「블록」에 버금하는 제3의 「블록」을 형성, 그들의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크게 높였다. 16개의 참가국은 명년 4월부터 상호 상품에 대한 관세인하를 시작하며 77년 6월까지는 관세장벽을 완전히 헐어버릴 계획으로 있다.
당초 영국에 의해 주도된 EFTA(구주자유무역연합)의 창설동기가 EEC를 망라한 전 유럽 자유무역지역의 형성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EEC가 오히려 EFTA를 흡수하여 유럽 단일 무역권을 이룩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번 EEC와 EFTA제휴의 결정적인 요인도 영국의 EEC 가맹에서 찾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영국은 일관해서 자유무역과 광역 시장권을 추구해왔다. 2차대전후 OEEC(유럽경제협력기구)를 중심으로 협력해온 서구가 58년 EEC의 설립으로 독·불·이·베넬룩스 등 대륙 6개국이 배타적 단일 시장권을 형성하게되자 가장 타격을 받은 나라가 바로 영국이었다.
그래서 영국은 유럽 단일 시장권을 EFTA를 통해 실현하려 했으나 EEC측의 외면으로 실패하자 결국 60년 1월 EEC의 대항「블록」으로서 EFTA가 영국·노르웨이·덴마크 등 9개국으로 창설되었던 것이다.
EFTA를 통하여 영국 등 9개국은 통상자유화 등에 큰 성과를 거두었으나 EEC의 혁혁한 실적에 비추어서는 크게 떨어지는 것이었다.
따라서 EFTA는 EEC와의 제휴를 늘 모색해왔고 주도국인 영국조차도 유럽 대륙의 넓은 시장을 항상 열망해왔다.
10년의 끈질긴 노력 끝에 작년 6월 룩셈부르크 회담에서 영국의 가입이 최종 타결되고 금년 1월 EEC 가입협정에 정식 조인함으로써 73년 1월 1일부터 영국은 확대EEC의 정회원이 되게 되었다. 영국과 더불어 EFTA의 주축 「멤버」였던 노르웨이, 덴마크도 확대 EEC에 참가하게되어 이들 3국은 72년 말의 EFTA탈퇴를 이미 선언했다.
이로써 EEC는 당초 6개국에서 영국 등 3개국과 「에이레」가 참가, 서구의 선진공업국 10개국으로 구성된 확대 EEC로 발전되고 EFTA는 6개국으로 축소되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 다른 EFTA회원국은 그들의 정치적 입장 때문에 단일경제·단일국가를 최종 목표로 하는 EEC에 가입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도 EEC와의 경제적 제휴는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사실 영국 등 3국이 EFTA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은 GNP(국민총생산)의 65%, 무역량의 58%나되며 잔존 EFTA 6개국은 총 수출의 22%, 역내 수출의 68%를 영국 등 3개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영국도 대륙시장에의 매력 때문에 EEC에 가입했지만 EFTA와의 제휴를 끊을 수도 없다.
또 잔존 EFTA 6개국은 계속해서 EFTA를 지켜 나갈 것을 선언하고있어 확대EEC 제국도 보다 넓은 시장을 위해선 EFTA와의 제휴가 필요했다.
이러한 EEC와 EFTA간의 이해일치가 이번 유럽 단일 시장권의 형성으로 나타났다고 불 수 있는 것이다.
또 서구제국의 공통된 역사적·정신적 배경이 경제단일화의 촉진에 크게 기여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서구 16개국이 지향하는 관세장벽의 최종 철폐 까진 많은 난관과 진통이 있을 것이다. EEC 6개국이 장벽 없는 단일통상권을 이룩하기 까진 10년이 걸렸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이질적 요인이 많은 EEC와 EFTA간의 장벽해소는 더욱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서구제국이 경제 광역화에 의한 공영권의 향상에 보여준 지칠 줄 모르는 노력과 그들의 공동이상에 비추어 볼 때 어느 정도의 난관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76년 서구 16개국이 단일경제권을 형성할 때 이들의 정치적·경제적 비중은 막강하게 될 것이다.
미·소「블록」을 훨씬 능가하는 제3의 경제권을 형성, 세계는 「블록」경제의 절정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런 「블록」경제의 절정은 2차대전 후를 특징지었던 「블록」화 추세의 후퇴와 자유무역으로의 반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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