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의 함정…웅덩이 익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어린이 익사 사고의 함정이 된 웅덩이 하나를 두고 한국전력주식회사와 서울시가 서로 내 책임이 아니라고 떠밀었다. 말썽 된 웅덩이는 서울 영등포구 등촌동532의1, 한전 서울전력소 송전선철탑 12호 철탑 아래 생긴 둘레 30여m, 깊이 2m의 웅덩이. 지난 20일 하오5시쯤 더위에 쫓겨 웅덩이에 뛰어든 인근 김인수군(10·염창국교3년)이 익사한데서 비롯됐다. 김군은 이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다 친구 4명과 함께 집에서 3백m 떨어진 웅덩이에 물놀이 갔다 변을 당한 것.
한전과 서울시는 이 웅덩이의 위험성을 인정, 작년부터 공사비 15만6천 여원까지 책정해 놓고도 경비염출을 차일피일 미뤄 사고를 빚게 했다. 이 때문에 김군의 가족들은 당장 호소할 길조차 찾지 못했다. 이같은 책임 없는 웅덩이는 한강주변에만도 2백 여개가 「마의 아가리」를 벌리고 있으나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등촌동 웅덩이의 경우, 당초 작년 봄 서울시가 이 지역에 김포 구획정리사업을 벌일 때 지표가 높아지면서 빗물이 괸 것이다.
김포 구획정리사업지구는 총1백41만2천평, 67년2월 13억원 규모로 공사를 시작, 73년 말까지 끝낼 계획이라고 발표됐었으나 지난해까지 겨우 40%의 거북이 진척율을 보여 5년째 끌어왔다.
이 구획정리사업으로 작년8월 12호 철탑 바로 아래 웅덩이가 생기자 한전 측은 『흙으로 그대로 메우면 철탑이 쉽게 녹이 슨다』고 지적, 「콘크리트」로 보강을 한 다음 흙을 메워 주도록 공사책임관서인 서울시에 요청했다. 이때 한전 서울전력소는 그달 20일에 철탑 보강 설계서를 첨부, 12호 「콘크리트」보강에 필요한 「콘크리트」자재 등 공사비 15만6천6백35원을 은행에 입금시킬 것을 서울시에 통보해 주었으나 현재까지 시가 공사비를 내지 않아 보강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체비지 매각이 안되어 작년 하반기부터 예산 부족으로 김포 지구의 구획정리사업은 손을 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우선 한전 측이 철탑을 관리, 웅덩이의 익사위험을 방지했어야 했을 것이라고 책임을 떠 밀었다.
인수군의 어머니 김선옥씨(29·등촌동275)와 주민들은 이 웅덩이가 생긴 후 날씨만 더우면 아이들이 몰려가 먹을 감곤 해 불안해 견딜 수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마을 아이들 중 이 웅덩이에서 빠져 죽을 뻔한 아이가 한 둘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강 주변의 2백 여개나 방치된 웅덩이에 대해 경찰은 여름마다 웅덩이를 만든 책임자를 업무상과실치사 죄로 입건 처벌한다고 말만은 하고 있으나 처벌된 예는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