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屋漏의 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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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관식(1934~70) '屋漏의 書' 부분

벼슬아치가
수레를 머무르고 찾아온다 할지라도
두 다리 쭈욱 뻗고 마루에 걸터앉아
괼타리를 까 배꼽을 내놓은 채
이를 잡으며 말할 것이다.

옆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천장엔 청룡.황룡이 뛰놀고 끼니가 간 데 없건만 시인은 아직도 마하트마 간디를 생각하고 있다. '사람은 우환에서 살고 안락에서 죽는 것'이라며. 은행에 예치되어 있거나 부동산으로 변한 돈은 조용한 숫자일 뿐일 터인데 필요한 경우는 거대한 주먹으로, 치욕으로, 개망신으로 천변만화한다. 그런데도 큰소리치는 시인이란 자들의 이 대책없는 순정들이여! 하늘의 별은 그래서 빛이 쩌렁쩌렁하다.

강형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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