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한 공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무생의 「찰즈· 브레이」 대변인은 지난 5일, 7·4남북공동성명의 어떤 구체적인 결실을 가져 올 때까지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은 조금도 변함없이 준수될 것임을 다짐했다.
「브fp이」대변인은 공동성명에 담긴 통일원칙의 합의를 고무적인 것으로 환영하면서도 주한미군사력의 존재가 바로 남북의 접촉을 가능하게 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공동성명 발표후의 새로운 정세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의 역할이나 한국군 현대화 계획을 계속 지원하는데에는 아무 변함도 없을 것이라고 언명했던 것이다.
미국정부의 이같은 공약준수 천명은 남북공동성명이 온 국민의 흥분과 기대의 밑바닥에 불러일으킨 한·미우방관계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주는 동시에, 자주평화통일 원칙에 따라 제1차적으로 주한미군의 철수요구를 다시 들고나온 북한측의 행동에 명백히 행정적인 대답을 주었다는데서 매우 시의 적절한 것이다.
북한이 공동성명 합의에 응한 이유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그들의 가장 큰 목적이 우선 공존형식으로 남북분단을 잠정적으로 동결시켜 놓고, 미군철수를 관철하려는데 있음을 거의 의심할 여지가 없다.
북한의 밀사로 서울을 방문했던 제2부수상 박성철은 공동성명발표와 때 맞추어 평양에서『남북한이 평화적인 통일을 추구키로 합의한 이상, 우리 내정에 간섭하고 있는 미 제국주의자 (미군)들은 즉시 철수해야한다』고 말한 사실은 앞으로 그들이 추구하려는 노선의 방향을 명백히 암시하는 것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지금까지의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이야말로 한국으로 하여금 힙의 입장에서 북한과 흥정할 수 있게 했던 가장 큰 요인의 하나였다. 따라서 이같은 미국의 지원은 멀고도 어려운 한국의 평화통일의 과업이 달성 될 때 까지 계속되어야만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전반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을 것임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이점에서「브래이」대변인이 바로 이 사실을 명백히 지적한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미군의 계속 주둔 중 미국의 한국에 대한 계속 지원을 배경으로 한국은 북한과의 대화에서 안도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한국도에서 구체적인 사태진전이 없는한 한국군 현대화 계획의 수정 같은 것은 거의 생각할 여지가 없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자들과의 협상에서는 힘이 가장 설득력 있는 흥정수단이라는 것은 재론할 필요도 없이 과거의 여러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빌리·브란드수상도 최근 마셜계획25주년 기념 하버드대학 연설에서 서방세계의 단결된 힘과 미국의 대 서구방위 공약이 없었던들 베를린 4대국 협정이나 동서독간의 통일협정의 타결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또 공산주의자들과의 합의사항은 그들에게 이로울 때에 한해서 이행되며, 언제라도 한낱 공문으로 화 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사태에 대비해서 국력의 계속적인 배양과 미군의 계속적인 주둔이 절대 필요한 것임을 거듭 주장한다.
미국은 2차대전중과 후에 소련과 이룬 27개의 주요 합의사항 중 20개항을 소련측이 불이행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닉슨」대통령 자신이 이번「모스크바」방문 후에도 미국은 계속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유지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이 같은 과거의 경험과 앞날의 대소협상을 의중에 두고 한 말이다.
자주평화통일 원칙을 담은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됐다고 해서 미국의 대한지원과 방위공약에 약화를 가져올 만큼 사태가 변했다고는 믿지 않으며, 앞으로 자주평화를 보강하고 점진적으로나마 한반도에 긴장완화를 초래하려면 전에 못지 않게 힘의 균형유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