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money] 기업들 현금성 자산 … 자사주 매입에 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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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케이크 여덟 조각이 있다. 많은 사람이 나누면 내 몫은 줄어든다. 내 몫을 키우기 위해서는 케이크를 더 사거나 먹는 사람 수가 줄어야 한다.

 주식회사가 있다. 회사 이익을 많은 주주들이 나누어 가지면 주주 한 명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줄어든다. 한 명의 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배분하려면 이익이 커지거나 주주의 수가 줄어야 한다. 주가는 기업 가치를 대변한다. 주가가 높아지려면 주식 하나하나에 돌아가는 이익(배당)이 커져야 한다.

 자사주 매입이 기업 가치를 올리는 효과는 단순하다. 자사주 매입 시 기업의 총 배당금이 변하지 않아도 배당을 받는 주식 수가 줄어 주당 배당금이 늘어난다.

 기업 입장에서 자사주 매입은 인수합병과 같다. 인수합병은 피인수 기업을 현금으로 사들여 그 기업의 가치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방법이다. 자사주 매입은 본인의 주식을 현금으로 사들여 주주에게 돌려주는 방법이다. 정보 비대칭성을 감안할 때 후자가 효율적일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사상 최고다. (배당을 위한) 이익을 더 높이기 위해 쌓인 현금성 자산을 설비투자로 연결해야 한다. 만약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투자 결정이 힘들면 주식 한 주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자사주 매입이라도 고려해야 한다. 주식회사의 본분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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