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등 수상의 고별「제로」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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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박동순 특파원】평소부터 언론인들과의 접촉을 기피해 오던「사또」수상이 17일 수상직사의를 표명한 직후 정면으로 기자단과 충돌, 일대 언론파동으로 번질 기미이다.
「사또」수상은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수상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신문들이 사실 보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질색이다』라는 등 폭언, 이의 석명을 요구한 기자단의 항의에 『나가시오』라고 호령했다.
이날의 회견은 모든 기자들이 퇴장한 후 TV「카메라맨」들만을 상대로 진행되는 기현상만을 빚었다.
『국민들에게 TV를 통해 인사를 한다』『기자회견 할 예정이었다. 얘기가 다르지 않느냐?』
퇴진회견을 둘러싸고 보도진과 입씨름을 벌이기 시작한 이날의 대화 한 토막.
한편에서 『관료주의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는게 아니냐』고 흥분하기 시작, 「사또」가 사과나 취소할 기미가 안보이자 약 3분 사이에 기자들은 모두 자리를 박찼다. 어쨌든 기자들이 『이런 폭언은 허용할 수 없다』고 하자 『나도 허용할 수 없다』고 초강경 자세.
그러나 막상 기자들이 모두 나가버리자 일순 당황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요시따」학교의 우등생이니까 「요시따」수상의 기자기피증까지 흉내내는구먼…. 』「사또」수상의 폭언에 대해선 자민당 내부에서도 찜찜한 반응을 일으켰다. 「사또」는 이 기자회견에 앞서 열렸던 「가든·파티」에서도 『TV는 내 말을 그대로 방송하지만 신문은 꼭 해설이라는 군더더기를 붙어 망친다』는 등 별난 언론관을 피력했었다.
한편「사또」수상의 이간은 폭언에 대해 일본의 「매스컴」들은 한결같이 통렬한 비난을 퍼부었으며 동경에서 발행되는 조일·독매·매일 등 9인 신문·통신사 편집국장들도 긴급회의를 열고 『민주주의 국가의 수상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태도라는 내용의 항의문을 전달했다.
일본의 각 신문·방송·TV들은 모두 수상의 폭언에 대해 『민주주의부정의 폭언』(조일신문), 『「제로」회견』(매일신문), 『아아, 이 수상에게 7년 7개월을』(독매신문)등의 표제로 극렬한 비난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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