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코치로 나타난 「왕년의 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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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스포츠」일선에서 말없이 사라진 각 종목의 「스타」들이 각 지방에서 후배 양성에 전념하다가 「스포츠」소년대회를 계기로 지난날의 보금자리인 서울운동장에 오랜만에 모습을 나타냈다.
64년부터 3년간 국내수영계를 주름잡아온 전옥자양(26)은 이제 중학교 교사의 몸으로 경기도 수영선수를 이끌고 상경했으며 제6회 「아시아」대회의 「배드민턴」대표선수인 한숙이(21)양은 모교인 마산성지여중에서 「다이빙」의 김영채(23)양도 충북 단양중에서 후배선수를 지도중이다.
또한 육상부문에서는 최근에 몇 년간 이름을 떨쳐온 왕년의 「스타」들이 대부분 지방에서 활약, 길정섭·이혜자·정순화·한동시·채갑진·차대만씨 등이 현재는 감독 또는 「코치」의 입장에 서서 후배 양성에 채찍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날 여자 수영계의 대명사이던 전옥자양은 현재 안양근명중 체육교사이자 경기도 수영감독.
상명여고 재학시 배영에서만 모두 11개의 한국신기록을 경신한 몸으로서 또는 동경「올림픽」이후 세 번에 걸쳐 국제무대에 진출한 대표선수의 입장으로서 상명사대를 거쳐 지난해 근명중에 부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착수한 일이 수영부의 창설이었다.
이말영 교장과 함께 봉급을 털어 가며 선수를 지도한 결과 만1년만에 심순길·이경숙·정양근 같은 중학1급의 선수를 배출할 수가 있었고 이번 대회에서도 수영만은 우승시키겠다는 집념이 대단하다.
전옥자양과 함께 아직 미혼인 성지여중의 한숙이양은 선수들 사이에서 통칭 「언니」, 모교에서 일하는게 더없이 자랑스럽다면서 이번 대회의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고-.
한편 육상10종 경기의 제1인자인 길정섭(29·전북은행)씨와 제6회 「방콕」 「아시아」대회의 투원반에 출전한 이혜자(25)양은 전북육상순회「코치」로 활약하다가 이번에 중등부 감독을 맡게 되었고 한일고교 교환경기대회에 3년간 중거리 선수로 출전한 전남조선대의 정순화(20)양은 전남여중 「코치」의 자격으로 상경.
그런가하면 역시 「아시아」대회 출전선수인 투원반의 한동이(28)양은 결혼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후배인 강릉여중 선수를 지도하기 위해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며 왕년의 「마라토너」인 채갑진(34)는 문산여중에서, 차대만(33)씨는 인천공고에서 교편을 잡고 후배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렇듯 지난날의 「스포츠」계 주인공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말없이 일할 때 우리 「스포츠」계의 앞날도 매우 밝다고 하겠다. <이근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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